誠者,天之道也;誠之者,人之道也。
( Chéng zhě, tiān zhī dào yě; chéngzhī zhě, rén zhī dào yě. )
---- 子思 《禮記·中庸》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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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r bestirnte Himmel über mir, und das moralische Gesetz in mir. ---- Immanuel Kant (KpV: AA 05: 161.3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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ἃ γὰρ δεῖ μαθόντας ποιεῖν, ταῦτα ποιοῦντες μανθάνομεν (What we have to learn to do we learn by doing.)
---- Ἀριστοτέλης (Nic. Eth. 1103a33)
주말에 세 개의 다양한 마감이 몰려서. 심지어 하나는 놓치는 초유의 사태를 발동시킨 후,
쇠약한 상태로 낯선 단위의 가격에 현실감을 잃은 채 심신충전을
도모한다는 핑계로.
이로써 하사품이 내 소장 목록 최고급기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대신 열심히 써 줄게. 프랑스어 본격 시작할 거니.)
M촉을 원했지만(일본 M이 유럽 F보다 가늘어), 고민 끝에 F로. #11-4060-240
Iris Nebula Fine. "아이리스 이상 없다. 오버." 이런 느낌도 들고.
솔직히 예쁘진 않았다. 아이 장난감 같고. NASA에 관광 가면 기념품점에 놓여 있을 것 같은. 데몬은 이미 몇 자루 가지고 있지만
특별히 취향은 아니고, 스파클링처럼 과한 펄 입자는 원칙적으로 사양. 하지만 피니얼만은 설레게 마음에 들었다. 결정적으로 처음 봤을 때 입이 벌어진 이유는 상징 이미지 때문. 코스모스 연작이란 타이틀을 몰라도 눈에 먼저 우주다. 투명 배럴 속 은장 카트리지도 마치 우주선이 촉 부품(이럴
땐, nib parts)과 도킹한 모습처럼 보이잖아. 축소된 스펙타클이라고 해야 하나? 내
손바닥 안에 들어오고 싶다는 앙증맞은 욕망으로 탱탱한.
베겟머리 필담 연작 여름밤을 놓친 아쉬움도 이
'한여름 밤의 꿈'
속 '숲' 속 하늘 버전으로 달래지고. 마침 장마라는데. 에, 또, 논문 말고 공부
말고 책이나 보고 싶어지면... 전집이 고이 모셔져 있지만... 참아야 되나?
아이리스 성운(NGC 7023)은 콜드웰 천체(Caldwell) 중
세페우스(Cepheus) 자리(C4)에서 돌고 있다. 스스로 발광체는 아닌데, 우주 먼지로 빛을
반사하는 반사 성운이라고. 여기서 또 한 번 무너짐. 내가 생판 인문학이라는 걸 하기로
한 그 마음이다.
이리데슨트 펄도 참고, 무려 스무드 세이지도 참았는데, 애프리콧 펄에서 무너지고 말음. 내게 봄이 이것뿐인 듯해 그런가 슬프지만, 일단 마구 침이 고이니 기운도 날 듯. 기다리는 중.
올해는 라틴어로 견뎌 봐야지. 포기하면 안 돼. 수단이니까. 덩달아 로이히투엄 애프리콧도 질러 버렸다. 어라? 본사에서는 애프리콧도 도트가 있었네. 이런 배신감. 정암학당 라틴어는 랍스터 그리드로 할 거지만. 마침 산 거 아니고 받은 금박 랍스터와 해초로 장식까지 끝내 놨음. 딩가딩가.
인촌관 로비에서와 같은 느낌이라 숨이 막혔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그림의 떡 그만 쳐다봐야지. 그때도 겨우 66% 정도였던 것 같다, 역대 최고치 관계의 안정도가. 얼마나 지쳤는지 이제 별로 힘들지도 않아. 엊그제 꿈에서 이루어짐. 맙소사.
나한테도 책정 불가 가격의 펜이 생겼다. 😱 많이 쓰시다 주셨다면 더 기뻤겠지만. 😍 욕심이 끝이 없구나~ 왠지 진검 전수받은 기분. 😭 이걸로 프랑스어 공부해야지! 격이 좀 안 맞는 모양새지만. 그래도 오리지널 파커 51의 실용주의 정신엔 맞지 않겠나. 하면서도 현재 활성 메모리에 상주한 존사와 노발리스 앞 부분만 계속 쓰고 있다.
예법상(?) 아무 잉크나 쓸 수 없기에, 무려 첫 번째 잉크로 작은 샘플만 가지고 있어서 아껴 두었던 로버트 오스터(Robert Oster) 시그니춰(Signature) 체리 블라썸(Cherry Blossom) 과감 주입. 페이지의 스와치와는 많이 다른 색. 실제로는 더스키 핑크(Dusky Pink)와 클레어릿(Claret)의 중간 정도다. 세척 후 건조가 다 되지 않았던지 희석되어 나오는데도 성질상 못 참고 컨버터 다 비울 때까지 계속 쓰다가 막판에 정상 농도가 돌아올 때 살짝 맛만 보았다고나. 급기야 종이도 격에 맞추어 로디아 고급지(90 gsm, 미색) 패드 한 권 남겨 두었던 걸 처음 꺼내게 되었고. 비교군이 없어 잘은 모르지만 로버트 오스터 자체가 박하다고 정평 난 브랜드라 피딩이 달리는 것은 그러려니, 별로 안 쓰셨다면 아직 그럴 때이기도 하고. 색조는 생각보다 잘 맞았다. 역시나 처음부터 떠올랐던 클레어릿을 넣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지만 현재 파산 상태. BB 장바구니에만 넣어 둠. 아슬아슬 결제 충동 참느라 혼남. 클라레과 더불어 디아민(Diamine) 댐슨(Damson)은 어떨까 싶은데 역시 경험이 없어 불확실하다. 교토 잉크(TAG Stationery) 교토의 소리(京の音, Kyo no Oto) 시리즈 - 사쿠라네주미(桜鼠, Sakuranezumi)나 분구박스(Bungubox)의 마녀 잉크(The Ink of Witch)도 넣어 보고 싶고. 역시 모두 수중에 없지만.
그리고 마침내... 연말에 드리려던 계획상 먼저 쓰기가 예의가 아니라며 아껴 두었던 몽블랑(Montblanc) 작가 시리즈(Writers Edition) 두둥, 2017년 한정 잉크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 사막의 잉크(Antoine de Saint-Exupéry: Encre de Désert)를 이 정도 대우는 해 주는 게 오히려 도리에 맞는 게 아니냐며 최초 개봉 및 주입. 지금껏 가장 비싼 잉크. 결과는... 생텍쥐페리가 예상보다 파랑 색조가 강하다. 😲 웹 검색 이미지로는 버건디 계열에서도 평범히 적색 베이스가 강한 줄 알았는데... 사막의 석양을 반영한 주홍빛을 담은 게 전혀 아니었다. 해가 넘어가기 직전 그림자가 되어 가는 모래 벌판의 색이었나 보다. 이틀 익히는 동안 한 번 더 충전하고 나니, 결국 잉크가 배럴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착각. 잘 맞는다. 😁
교수님 진짜 사위나 손주 보셨나? 암튼 난 잉크 고르고, 넣고, 밥 먹고, 또 펜만 붙잡고 있네.
근데 넣으셨던 잉크가 대체 뭘까? 조금 남아 있을 줄 알았는데, 세척을 싹 하셔서 너무 희미했다. 그래도 컨버터 벽에 다 희석된 채 묻어 있던 색감의 기억을 더듬어 주요 자색 계열을 heuristic하게 검색해 보니, 혹시 몽블랑 라벤더 퍼플? 아니면 펠리칸 에델슈타인 아메튀스트? 궁금해서 미치겠네. 여쭤 보면 안 되나? 😭 난 우선 써 본 적 없는 로버트 오스터 클라렛과 제이 허빈 달의 먼지가 떠올랐지만, 둘 다 없으므로 로버트 오스터 체리 블라썸 샘플 가지고 있던 걸 넣어 보았다. 세척 후 건조를 안 하셨다. 😋컨버터 한 번 다 비울 때가 되어서야 비슷한 농도가 나오기 시작. 하루를 못 기다린 내 다급함도 있지만. 공식 홈 스와치와 다르게 같은 브랜드 더스키 핑크와 클라렛의 중간 색조라, 이름과는 다르게 배럴과 어울린다. 채도가 낮아서 그렇지. 말린 자두가 생각나서 자꾸 침이 넘어가는 부작용.
연말에 드리려고 한참 전에 준비해 둔 한정판 잉크가 버건디 계열 자주색이라고 알고 있는데... 요상한 포장 상자에는 갈색으로 나와 있지만. 지금까진 무난하고 가격도 착한 순위대로였고, 그때쯤엔 색채 수용 범위도 넓어지실 것으로 기대했던 건데, 난감해졌다. 혹시 같은 잉크를 주입하시고 마음에 안 드셨던 건가? 2017년 한정판이라 구입이 어지간히 어려운 상황인데? 아무래도 조만간 여쭤 볼 만한 틈이 좀 생겼으면 좋으련만.
몇 달 동안 작성한 노트나 몇 년의 노력이 들어간 연구 보고서, 심지어 일기 성격의 글까지 남의 것으로 둔갑당한 적은 많았어도, 이렇듯 번듯하게 스크랩 된 것을 보니 생각보다 더 기분이 좋으네. 더구나 장애인을 위한 공학 기술 연구에 평생을 바치신 훌륭한 분이라니. 😊 영광.
+
마법사들과 마법학교 예비입학생들의 모임에 다녀왔다. 교수님께서 말씀 주신 일을 아직 못 하고 있는데 놀러 가려니 많이 망설여졌지만, 처음으로 간 만년필 동호회 번개. 무려 '쓰기' 님으로부터 쓰기를 사사받았다. 두둥. 내 상태가 그토록 심각한 줄 몰랐다. 그래도 스틸 닙이라면 악력을 빼는 연습을 하는 동안 필압을 견뎌 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다. 몇 글자 쓰지도 않았는데, 내 손 모양만 보고도 이미 팁이 서로 어긋났을 줄 알고 계속 다시 고쳐 주신... 너무 고마워서 그 자리에서 바로 맹렬히 연습을 시작했고, 심지어 꼼꼼한 격려까지... 감동. 내 본래 필체까지 복원하려면 십 년도 어려울 것 같은데, 쓰기 님은 두 달이면 된다고 했다.
종이도 야무지게 얻어 왔다. 역시! 난 미끄러운 로디아가 마음에 들지 않았었는데, 마법사들로부터는 외면받는 종이였다. 그리고 잉크의 위험성 등등... 많은 진실을, the real world의 삶을 경험할 수 있었다. 유튜버들과 블로거들이 양산하는 오정보의 심각성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대강 오염의 정도를 제대로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는 거의 챗GPT 수준이었던 것이다. 마법적 인간과 거짓말쟁이 챗봇 사이에 온라인 존재자들이 있는 셈.
어떻게든 라틴어 암기와 악력 없는 필기 연습을 녹여 보아서 꾸준히 반드시 고쳐야지! 그리고 앞으로 번개에 꼬박꼬박 나가야지. 연예인 같은 소장님을 실시각으로 봄.
봄은 동틀 무렵. 산 능선이 점점 하얗게 변하면서 조금씩 밝아지고, 그 위로 보랏빛 구름이 가늘게 떠 있는 풍경이 멋있다.
여름은 밤. 달이 뜨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도 반딧불이가 반짝반짝 여기저기에서 날아다니는 광경이 근사하다. 반딧불이가 한 마리나 두 마리 희미하게 빛을 내며 지나가는 것도 운치 있다. 비 오는 밤도 좋다.
가을은 해 질 녘. 석양이 비추고 산봉우리가 가깝게 보일 때 까마귀가 둥지를 향해 세 마리나 네 마리, 아니면 두 마리씩 떼 지어 날아가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기러기가 줄지어 저 멀리로 날아가는 광경은 한층 더 정취 있다. 해가 진 후 바람 소리나 벌레 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기분 좋다.
겨울은 새벽녘. 눈이 내리면 더없이 좋고, 서리가 하얗게 내린 것도 멋있다. 아주 추운 날 급하게 피운 숯을 들고 지나가는 모습은 그 나름대로 겨울에 어울리는 풍경이다. 이때 숯을 뜨겁게 피우지 않으면 화로 속이 금방 흰 재로 변해 버려 좋지 않다.
헤어 나올 수 없는 심해와 같은 필감. 십일 년 동안 맺힌 응어리가 풀려 나가고, ef 촉으로 한자의 흘림체(일단 행서 정도)까지 마냥 뜻밖으로 절로 구현되는(마법사 된 줄), 기술이라기에도 문화라기에도 설명이 부족한 인문 세계의 결정체. 손 안에 쥐어져 외국인의 영혼에 담기는 일본이라는 오롯한 이름의 역사와 유산. 50% 모자란 듯 은연한 펄로 침잠하는 내밀한 자태.
헤이안과 21세기. 내궁과 공방. 여방의 문재와 레진의 발색. 붓과 촉. 이것이 미디어. 그저 잇는 것이 아닌 훌쩍 여는. 명작이 낳은 명작. 마감까지 완벽한 제조력이 선사하는 무한히 자유롭게 모험할 시간.
더 느리게 나으면 될 것 같아. 마음이 가라앉음.
그리고 평생 친구 생겼다. 초서를 거쳐 장한가(대륙 현지 구입한 원서가 책장에서 먼지만 쌓고 있었다.) 술술 필사할 날까지 go go.
일본어는 히라가나를 외우는 데 몇 번 실패해서 더 늙은 이젠 자신이 없어졌는데, 필사는 못 해도 모사는 할 수 있겠지? 하나 있는 하이쿠 책의 위치를 알 수 없음.
나한테도 손에 잡을 수 있는 무언가가 하나쯤은 있는 것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들어서. 무소유가 과도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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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Radio 4 (2008) The Pillow Book by Robert Forrest <-- 내 이랬을 줄 알았어!!! (바라는 식은 아니었다. 로맨스 스릴러라고. 영국은 뭐든 그대로 하는 법이 없다니까. 좀 샬럿 브론테 분위기네. 포레스트 씨 취향이 세이 쇼나곤보다는 무라사키 시키부 쪽인걸. 겐지의 성별과 신분을 바꾼 격. 원본 잘 살리는 건 역시 독일. 아니. 생각해 보니, 황궁 delicate 화술을 독일어로 구현하기는 어려울 듯.)
deep blue보다 투명하고, dark blue보다 모험적이고, navy blue보다 심오하고, royal blue보다 진지하고, blue black보다 자유로운, 취향 저격 톤과 업그레이드 된 워터맨 signature 물결 무늬. 😍 네이밍도 완전 맘에 들어. 전통과 모던, 권위와 실용, 상징성과 단순성 사이의 조율이라는 미덕을 공유하는 까렌다쉬 레만 블루 마린과는 또 전혀 다른 매력. 필감이 무지 궁금.
끔찍한 고관절 통증에 정신이 무너질 지경이라 영화 같은 건 볼 생각도 못 하고, 엎드려 책을 펼쳐도 몇 줄 못 읽고 혼절이라 이게 휴양인지 형벌인지 분간이 안 가고, 고작 몇 분씩 별로 집중 안 해도 되니 그동안 못 한 펜 구경만 실컷 하는 중. 그동안이 무려 5년치나 되다니 내가 나름은 열심히 했다고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도 이제 앓는 국면에서 낫는 국면으로 전환되어 작열하는 감각의 고통이라 "희망의 블루"를 찾아 포스팅. 나도 auferstehen 하고 싶다. 벌떡.
가지고 있던 카베코 코코아 브라운 잉크와 처음 써 본 라미 롤러볼 블루 잉크 색감이 기대 이상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깜놀한 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