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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December 02, 2020

비밀의 숲 Stranger (tvN, 2017/2020)

비밀의 숲 Stranger (tvN, 2017/2020)


나는 고등학생 때까지는 타협해서, 타협하면서 대신 내가 타협했던 모든 일들을 절대 잊지 말자고 다짐해서, 내가 막지 못하고 공범이 되었던 직접적 폭력들과 간접적, 잠재적 피해들도 잊지 않으려 노력해서, 그 이후로는 타협할 수 없었다. 처음엔 내가 굴복했었던 물리적인 폭력에 대한 공포가 재발되어 신체적인 저항감 때문에 힘들었는데 나중에는 사회적인 폭력, 폭력을 넘어선 사회적인 살해가 더 손쉽고 또 더 무서우며 방어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어 갈등이 일었다. 그래도 계획대로, 타협하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은, 타협하는 나를 다행히도 용서하지 않았던 때문이다. 인색했던 과거의 마음이 현재의 계산적인 머리를 이기곤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타협하지 않는 것도 힘이 있을 때에나 조금이라도 유효하다는 깨달음이었다.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힘을 가질 수 있으려면 미리부터 평소에, 그러니까 늘, 나에게 훨씬 더 엄격해야 가능하다. 예외나 모자람이 있으면 안 된다. 뒤늦게 깨달은 것도 오래전인데, 아직도 그렇게 되지 못했다. 


spoiling!

타협하지 않는다 해도 힘이 없으면 사회적 생매장이나 무고를 당하고, 단지 상대방에게 그 방식이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 하나만을 은밀하게만 알려줄 수 있을 뿐이다. 그것으로는 누군가의 심기를 잠시 조금 불편하게 할 수 있을 뿐 아무런 유익이 없다. 보복, 제거하는 경험과 그것을 목격하는 경험을 하게 하면 원래의 행위와 동기가 더 강화되고 정당화되어 고착될 뿐이다. 무엇이든 어설프거나 모자란 것은 아니함만 못하다. 강할 정도로 착한 경우에만 착하다. 선을 달성하려면 어떠한 타협도 없이 휴식도 없이 지극하고 투철해야만 한다. 지선(至善)만이 선이다. 중간은 없다. 아니면 나와는 타협하면서 남과는 타협하지 못하는 꼴밖에 되지 못한다. 그러니까 좋게 말해 봐야 미련하게 버티기만 할 뿐인 표리부동한 내가 한심하고 못미덥다.  




독일에 있을 때 유일하게 또 몇 년만에 본 한국 방송이었기에 이번에 2기를 챙겨 보았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황시목이 말이 없어지는 장면에서 나도 같이 가슴이 철렁했다. 드라마가 아닌 나의 상황으로. 살면서 숱한 도움을 받았지만 내가 일방적으로 도움을 청한 적은 없다가 처음 그러고 있었다. 그 마음을 먹기까지도 죽을 만큼 어려웠고, 실행하면서는 도저히 나 자신을 유지할 수가 없어 새로운 자아에 이름을 붙이기까지 했다. 남들은 보통 거절당할까 봐 걱정하는 것 같던데 나는 그것은 두렵지 않았다. 사정이 절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겠지만 나로선 절실했다. 단지 묻는 것까지는 되겠지만 그 이상은 안 된다고 생각할 뿐. 아무튼 "도와 주세요"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말한 것과 다름 없었다. 그래서 위에서 선배 검사장이 지적할 때 나도 깜짝 놀랐다. 나 때문에 곤란해지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미리 말씀드리고 선택권을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도 있었기에, 그런 식의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었던 것도 내용은 다르지만 드라마 상황과 비슷하다. 게다가 황시목과 달리 나는 이전에는 그렇게 산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을 늘 검토하고 의식하고 있었기에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익숙해진 마음이 생겼구나.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바라면 안 되는 것을 나도 모르게 바라고 있는 것은 없는지 다시 점검해야겠다고. 


spoiling!
황시목: 어떻게 끝날지는 최 부장님께서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 저는 그런 한여진 경감의 안목을 믿고 지금 여기에 왔습니다. 어떠한 양심에 기대를 걸어서가 아니라요.  

그래도 이 심정 안다고 말할 자격은 있는 것 같다. 두나 님과 같이 울 자격. 

미친 현실 도피 중. 

Thursday, May 03, 2018

강남 1970 Gangnam Blues (Yoo Ha, 2015)

강남 1970 (Gangnam Blues)
연출: 유하 (Yoo Ha) 2015

KMDb: 강남 1970
iMDb: https://www.imdb.com/title/tt3698118

e-book: 강남 1970


2018-05-02 물의 밤 @내 방

박정희의 대선 자금 마련을 위해 진행되었던 '남서울 개발 계획'에 휘말린 폭력배들의 이야기. 이것은 이명박과 박근혜 덕분에 우리에게도 아주 친숙하고 곧바로 이해가 가는 역사가 되었기도 하다. 이제 우리는 그 맥락을 볼 수 있다. 원조 격이다. 국토의 지도와 사회의 계층 구조와 시대적 가치관의 기준을 바꿀 만큼 엄청났던. (자고로 태조만한 인물이란 왕통에 없다 했던가.)

그 사이, 벼락 부자의 속물 근성이 비웃음과 타박거리에서 경외와 꿈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갑질의 정당화 원리와 그보다 더 무서운 동조적 침묵 기제의 탄생. 샤일록의 순진함이 아닌 김선달의 성실함. 아는 사람은 다 알아 모르면 그저 바보일 뿐 아니라 게으름뱅이가 되는 그것. 교사와 상관, 교수와 상사에게서 습득하는 생존 법칙. 학위와 승진 여부를 가르는 기준선이 그어지는 역학 공식. 성욕 자위 도구를 직장에서 제자와 후임으로 사용할 줄 알아야 확실히 안심할 수 있는 권력. 넣어 줄게는 때려 줄게는 살려 줄게인 등식. "가만히 있어라"라는 음성이 이토록 당당해져 갔던 과정. (그 중간을 나도 살아남았다. 중고등 시절 가장 많은 힘을 기울였던 것은 대입 공부가 아니라 교사들로부터 내 몸과 부모의 돈을 지키는 것이었던 현실.)

1985년 초등 1년을 마친 겨울 방학 때 종로구 계동의 단독 주택에서 송파구 방이동의 신축 아파트로 이사 와 1999년까지 성장기를 살았던 나 또한 '강남역 6번 출구 뉴욕 제과 앞' (아니면 '신천역 잠실 성당 골목 지나'도 있었다.) 시절의 일원이다. 나야 타워 레코드와 핏자집 정도에만 갔지만, 친구들은 노래방과 잘 생긴 오빠가 홀 아르바이트를 하는 카페에 드나들었다. 추억거리 하나 없이 모범생 역할로 자기 방에 틀어 박혀 양자역학과 현대 시로 성적 쾌락을 배우며 오로지 공상적으로만 일탈에 허우적댈 수밖에 없었던 학생 여자였기에, 그 시절은 내게 손으로는 결코 잡을 수 없는 단순한 정서로만 남았다. 그래 친구들에 비해서는 지극히 아련하고 미미하지만, 어쨌든 피부에 스며 있다.

유하 감독의 '강남 3부작 시리즈'는 그러니 십 년 전쯤으로 떨어져 있다. 한국이라면, 서울이라면, 특히 강남이라면 십 년은 너무 긴 세월인데, 뭐랄까... 강남 7학군이 "아닌" 강남 8학군, 그러니까 그 제8학군에서 초중고를 보냈다라는 일종의 애매함을 대중매체에서 건드려 주는 경우가 (김성수 감독의 [비트]를 제외하고는) 별로 없기에, 그는 나에게 좀 특별하다. 대체로 비껴가지만 살짝은 건드려 준다고나 할까? 좌우간 나도 배추 밭에 올림픽 경기장과 초고층 국제 선수촌이 지어지는 과정을 매일 등하교길에서 목격했던 것이다. 

감독의 영화를 보는 이유를 꼽으라고 한다면, 고증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고증에 애써 그곳, 그때의 풍파를 그리면서도 늘 한사람의 신발을 벗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들고.

Wednesday, July 27, 2016

Wikileaks (2010) Collateral Murder

Chelsea Manning (이전 Bradley Manning) 제공, Wikileaks 공개 (2010) 영상 Collateral Murder 부수적 살인


New Baghdad, Baghdad, Iraq
2007.07.12
-->  교신 내용 (자막)


태어나서 지금까지 눈으로 본 것 중 가장 공포스러운 장면. (너무 끔찍해서 화면 크기 안 키운다.) 다른 문화를 경험하고 싶어서가 아니라도 여전히, 왜 영어를 배울 필요가 있는지 처음으로 깨닫게 해 준 사건. 이게 격전지에서의 오인 사격이 아니고, 미군의 실수나 우리의 오해가 아니라는 것을 (카메라를 무기로 오인하기는 했지만, 절대 그게 다가 아님을) 알려면. 영어를 알아 들어야 한다. 끝까지. 총격을 당하고 쓰러졌다가 바닥에서 뒹굴고 있는 사람(로이터 기자 나미르)이 그들 눈엔 무기였던 카메라를 놓쳐 반격할 수 없는데도, 게임 점수 올리려고 교전 수칙에 따라 자기가 쏠 수 있게 무기를 들라고 혼잣말로 재촉하다가 결국 그냥 거듭 또 거듭 확인 사살을 한다. 수도의 시가지에서 아빠의 밴 안에 있던, 삼촌 집으로 놀러 가는 길의 아이들 둘을 (다섯 살 소녀 도아하의 복부와 눈에, 아홉 살 소년 사야드의 복부와 팔에) 부상입힌 것을 확인하고 나서 하는 말들이란 "그러게 전투 지역에 들어온 네 잘못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그 어조들, 웃음들. 말 그대로 행인이었던 아이들의 아버지(민간인 살레 무타샤르)가 아이들에게 다친 사람을 병원에 데려다 주자고 말하고 (이 말은 사후 아이들이 전달한 것으로 당시 현장의 미군들은 아마도 못 들었겠지만, 들었다고 해도 차이는 없었을 것 같지만,) 차에서 내려 부상 당한 나미르를 옮기려는데 역시 거듭 사살.
혹시나 영상 이전에 우리가 모르는 전투 상황이 있었다거나 또는 사전 정보에 의해 미리 타켓팅을 하고 추적, 출동한 사정이라도 있었기를 제발 바라던 심정은 이 영상의 전체 버전에서 뒤이은 미사일 폭격을 보면 말끔히 무너져내린다. 미군은 지금까지도 교전 수칙에 따른 합법한 공격이었다고 주장하는데, 그 여부를 떠나서 보더라도, 애초에 이건 교전이 아님을 확실히 해주는 영상이다. (미국은 군대가 테러를 하는구나, 라고 깨달았다. 9/11의 부시 정권에 의한 자작극 설이 어떻게 나올 수 있었는지, 빈 라덴을 왜 일부러 안 잡고 있는 거라고들 했던 건지 등등 그 배경이 이제야 한층 더 이해가 간다. 이 영상이 공개된 것이 직전 해인 2010년이었으니.) 2011년 바르셀로나 인권 영화제 수사 영화(the investigative film) 부문 수상, 2011년 독일 과학자 연맹 "내부 고발상" 수상.                 

https://collateralmurder.wikileaks.org/

https://en.wikipedia.org/wiki/July_12,_2007_Baghdad_airstr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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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Credit: PHOTOGRAPH BY KATE PETERS FOR TIME.
PHOTO-ILLUSTRATION BY D.W. PIN
Time 표지의 Julian Assange (위키릭스 공동 설립자)

Times (2010.12.13) cover - Do You Want to Know a Secret?

The Guardian (2013.03.01) Bradley Manning's personal statement to court martial: full 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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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e Dormino (2015) "Anything to say?"
UN Human Rights Council, Geneva, Switzerland, 14-18.09.2015
image (c) Catherine Saez

http://anythingtosay.com/

https://en.wikipedia.org/wiki/Anything_To_Say%3F

미군 소속이었던 매닝이 위키릭스에 암호화한 자료를 넘겼던 것과 CIA와 NSA 소속이었던 스노든이 가디언즈에 자료와 함께 주도면밀하게 (제삼국에서 만나) 제보한 행위는 상황상 그리고 자료 내용의 속성상 경우가 다르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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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iver Stone (2016) Snowden - official trailer

내가 스톤이었다면 매닝을 소재로 삼았을 것 같은데, 아마도 제보 과정과 실패한 검거 작전들을 영화화하기에 스노든 쪽이 연출적 재미가 있었을 듯. 매닝이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을 포함한 많은 지지자들의 후원을 받고 있는 반면, 스노든 쪽은 좀더 논쟁의 여지와 입장 차이가 많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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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 Van Buren @투 코리아 (2016.04.20) 저물어가는 제국의 정치 1 - 전망의 부재: 아무도 답하지 않는 미국이 직면한 문제들
"과거 제 3세계라고 불렀던 곳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미국인’은, 이제 외교관이나 선교사가 아니다. 관광객도, 심지어는 군인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드론이다. 미국은 모든 국가의 영공에 들어가, 모든 이들을 살해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이렇다. 전 세계 상당 부분에 걸쳐 진행 중인 ‘테러와의 전쟁’과 관련해서, 한 때 부시의 유산을 꺼리던 상속자(오바마)는 빈번한 전쟁 및 영원한 암살작전을 위한 21세기 메커니즘을 업적으로 남기게 됐다. 그리고 양 당의 어떤 후보도 이런 상황을 끝내야할 필요성에 대해 제안조차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