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May 03, 2018

강남 1970 Gangnam Blues (Yoo Ha, 2015)

강남 1970 (Gangnam Blues)
연출: 유하 (Yoo Ha) 2015

KMDb: 강남 1970
iMDb: https://www.imdb.com/title/tt3698118

e-book: 강남 1970


2018-05-02 물의 밤 @내 방

박정희의 대선 자금 마련을 위해 진행되었던 '남서울 개발 계획'에 휘말린 폭력배들의 이야기. 이것은 이명박과 박근혜 덕분에 우리에게도 아주 친숙하고 곧바로 이해가 가는 역사가 되었기도 하다. 이제 우리는 그 맥락을 볼 수 있다. 원조 격이다. 국토의 지도와 사회의 계층 구조와 시대적 가치관의 기준을 바꿀 만큼 엄청났던. (자고로 태조만한 인물이란 왕통에 없다 했던가.)

그 사이, 벼락 부자의 속물 근성이 비웃음과 타박거리에서 경외와 꿈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갑질의 정당화 원리와 그보다 더 무서운 동조적 침묵 기제의 탄생. 샤일록의 순진함이 아닌 김선달의 성실함. 아는 사람은 다 알아 모르면 그저 바보일 뿐 아니라 게으름뱅이가 되는 그것. 교사와 상관, 교수와 상사에게서 습득하는 생존 법칙. 학위와 승진 여부를 가르는 기준선이 그어지는 역학 공식. 성욕 자위 도구를 직장에서 제자와 후임으로 사용할 줄 알아야 확실히 안심할 수 있는 권력. 넣어 줄게는 때려 줄게는 살려 줄게인 등식. "가만히 있어라"라는 음성이 이토록 당당해져 갔던 과정. (그 중간을 나도 살아남았다. 중고등 시절 가장 많은 힘을 기울였던 것은 대입 공부가 아니라 교사들로부터 내 몸과 부모의 돈을 지키는 것이었던 현실.)

1985년 초등 1년을 마친 겨울 방학 때 종로구 계동의 단독 주택에서 송파구 방이동의 신축 아파트로 이사 와 1999년까지 성장기를 살았던 나 또한 '강남역 6번 출구 뉴욕 제과 앞' (아니면 '신천역 잠실 성당 골목 지나'도 있었다.) 시절의 일원이다. 나야 타워 레코드와 핏자집 정도에만 갔지만, 친구들은 노래방과 잘 생긴 오빠가 홀 아르바이트를 하는 카페에 드나들었다. 추억거리 하나 없이 모범생 역할로 자기 방에 틀어 박혀 양자역학과 현대 시로 성적 쾌락을 배우며 오로지 공상적으로만 일탈에 허우적댈 수밖에 없었던 학생 여자였기에, 그 시절은 내게 손으로는 결코 잡을 수 없는 단순한 정서로만 남았다. 그래 친구들에 비해서는 지극히 아련하고 미미하지만, 어쨌든 피부에 스며 있다.

유하 감독의 '강남 3부작 시리즈'는 그러니 십 년 전쯤으로 떨어져 있다. 한국이라면, 서울이라면, 특히 강남이라면 십 년은 너무 긴 세월인데, 뭐랄까... 강남 7학군이 "아닌" 강남 8학군, 그러니까 그 제8학군에서 초중고를 보냈다라는 일종의 애매함을 대중매체에서 건드려 주는 경우가 (김성수 감독의 [비트]를 제외하고는) 별로 없기에, 그는 나에게 좀 특별하다. 대체로 비껴가지만 살짝은 건드려 준다고나 할까? 좌우간 나도 배추 밭에 올림픽 경기장과 초고층 국제 선수촌이 지어지는 과정을 매일 등하교길에서 목격했던 것이다. 

감독의 영화를 보는 이유를 꼽으라고 한다면, 고증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고증에 애써 그곳, 그때의 풍파를 그리면서도 늘 한사람의 신발을 벗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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