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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November 21, 2020

Barbaren (2020, Andreas Bareiß)

Netflix 제작 독일 TV 연속극 - Andreas Bareiß 연출(2020) Barbaren 
  

 

서기 9년 게르만 부족 연맹군이 로마 제국군을 상대로 벌인 역사적인 토이토부르크 숲 전투를 소재로 한 픽션. 줄거리는 별 재미가 없고 시각적으로 잔인한 장면이 너무 많지만, 캐릭터들의 성장 과정과 내면적/관계적 갈등 묘사가 인상적이라 보게 되었다. 특히 아리(Arminius)Laurence Rupp의 연기는 마치 정통 셰익스피어를 보는 듯 감탄스러웠다. 외모도 영웅 전사라기보다는 햄릿이 더 어울릴 듯. Nicki von Tempelhoff제기메어(Segimer)와의 친부자간 애증 그리고 무엇보다도 Gaetano Aronica바루스(Varus)와의 의부자간 은원이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정체성 혼란에 그치지 않고 수치심과 자부심, 두려움과 사랑, 원망과 공감, 희망과 분노, 의리와 명예, 믿음과 불안, 복수심과 죄의식, 배신과 연대, 정의감과 동경심 등 복잡 미묘한 심리가 지나치게 단순한 플롯 덕에 가볍고 유치해지기 쉬운 대사들로 끝날 뻔했던 것을 결국 배우의 능력으로 살려낸다. 

게르만 부족들은 현대 독일어를, 로마 군인들은 라틴어를 한다! 헬라어와 달리 (아마 코폴라 때문인지) 의례용 라틴어 발성에 생리적으로 공포심을 느끼던 나로서는 라틴어가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독특한 취향인지, 로망스어 계열인 현대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 발음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 독일 배우들의 라틴어는 주둔 중인 로마 레기온의 살벌하고 삭막한 군인들의 대화치고는 감정 표현이 마치 모설어처럼 자연스러워 자못 톨킨의 엘프어를 상기시키는 지경에 이르곤 한다. 찾아보니 시청자들 사이에서 라틴어 대사 어형 변화에 대한 문법적 오류와 발음 지적이 있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완전한 일상어로 복원된 지극히 자연스러운 라틴어 대화들은 내용과는 별개로 청각적 백미. 

바루스가 아리와의 첫 대면에서 "당케"를 "그라티아스"로 자상히 고쳐 주었던 일화, 로마 황제의 검을 받고 기사로 임명되기를 꿈꾸며 때로는 사령관으로 때로는 중재자로 능란하게 라틴어와 독일어를 오가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면서 심리적 위기 또한 노련히 다루는 듯하지만 외부로부터 부침을 겪는 동안 사회적으로 양측에서 모멸감과 죄책감에 시달리다 결국 변심/작심에 이르는 과정, 말을 알아듣지 못할 것이라 여겨 욕설을 했다가 형벌을 받게 되는 용병의 실수, 통역 능력으로 권력을 차지하려는 인물의 야망 등 여러 장면에서 언어는 상당히 중요한 코드로 작용한다. 400년 동안 엘리트 위원회의 관리를 받고 있는 (내 눈엔 그저 언어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거스르려는 방부제같은 인위적 성형으로 굳이 덧칠하는 나머지 아름다움이 괴이함으로 굳어지는 듯하지만) 프랑스어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금지옥엽 자부심과 뻔뻔히 지속하는 경제/문화적 식민 행태를 자주 목도하지만, 독일인들의 정체성 안에 자연(이라고 본인들은 부르지만 매번은 아니라도 내가 보기엔 정확한/솔직한 뜻으로 '영토'에 더 가까울 때가 있는, 억압된 불안을 숨기지 못해 안정감에 이르는 통로로서 찾는 그것)과 더불어 의식적/무의식적으로 고착되어 있는 모국어 사랑 그리고 상대적으로 늦게 자각하고 어렵게 성취한 만큼  역사적으로 열등감과 우월감이 묘하게 결합되어 지금까지도 철저히 학습되고 있는 듯한 민족의식은 그것이 그토록 개인적이고 내면적이며 일상적인 측면에서 비정치적인 탈을 쓰고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뿌리 깊은 것 같다는 종래의 인상이 한층 짙어지기는 한다. 

아무튼 이 한 번의 전투로 게르마니아가 게르만으로 남게 되는 역사를 결정짓는다. 로마 레기온 17, 18, 19대 3개 군단이 전멸하고 이후 영원히 재건되지 못한다. 이로써 제국의 확장은 라인 강을 넘지 못하고 국경선을 확정한다. 아리의 이름은 후대 마르틴 루터의 표준어 작업에 의해 헤르만(Hermann)이 된다.    





Terra X 제작 역사 다큐멘터리 - Christian Twente 연출 (2013)  Kampf um Germanien - Teil 1: Der Verrat des Arminius 



Thursday, December 08, 2005

유리핀 멤피스 Euriphine Memphis, The Star of the North Sea

유리핀 멤피스
김혜린  [ 북해의 별 ] 


에델: 당신은 한 바다 - 나는 그 위로 흐르는 샘물이 되고 싶어...
당신의 짐을 나눠지고 당신의 외로움 덮어주는 오직 한사람 되고 싶어...
아시나요, 유리핀? 당신 앞에 부끄럽지 않은 그런 인간, 그런 여자 되고 싶어...
마음의 거울을 보고 또 보면서 에델은 살고 있답니다.


유리핀 조안 아우구스트 멤피스. 내맘대로 스펠링은 Euriphine Joann August Memphis. 마이스터 김혜린의 [북해의 별]의 주인공. 보드니아 제국 왕족 출신답게 외모가 서구적이라 부담스러운 게 유일한 흠이라면 흠이지만, 그는 지덕체용을 갖춘 한마디로 완벽한 인간이다. 그의 그녀, 에델로부터 받는 헌사를 보라. 그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자신을 갈고 닦는단다. 그런 마음을 들게 하는 남자라니. 그의 완벽성의 증거가 아닌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에 들고 싶은 것은 당연하고 보편적인 증상이다. 그 마음이 지나치면 집착이 되고 의존이 되지만, 나쁜 경우에는 기생적 하인이나 의지박약자로 전락하지만, 더 나쁘게는 이기적인 상대의 도구적 희생물이 되지만, 극히 드물게 그 소망을 성장과 도야로 이끌어 주는 사람이 있다. (있을까...)

그의 강인함은 경이로운 지경이다. 그를 꺾을 수 있는 것은 운명과 신을 포함하여 아무 것도 없어 보인다. 단 한번, 1770년에 모략으로 누명을 쓰고 고문을 당할 때, (육체적 고통과 치욕감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인내하게 되어 버리는 정신의 고통에 시달리며) 무관으로서의 훈련과 경험으로 얻게 된 자신의 자제력을 원망하는 모습이 유일한 예외이다. 참을 수 있어서 힘들다니, 이러한 무적이 있나. 그러나 모성애를 느낄 수 있는 여지는 이 때 잠깐 뿐이다. 처참한 상황에 있을 때마저 우러러보이는 그의 인격과 능력은 정녕 북해처럼 한없이 깊고 넓은 것이다. 완벽한 지도자의 상. 게다가 절묘하게 넘치는 인간미까지...

차마 이러한 이를 꿈꾸어 스스로 삶을 허름하게 하지는 않으련다.


프리초프: 너무나 눈에 띄는 저 아이... 자랑스런 반면에 때론 걱정스런 때도 있다오.
저 녀석의 오싹할 정도로 선명한 생명의 빛!
그 정열이 장차 저애를 어디로 이끌어 갈지.

유리핀: 멤피스 대후... 나는 그 이름을 사랑한다.
그러나, 나는 그 이름을 등에 업고 살진 않아.
나는 그 자랑스런 이름에 어울리는 한 사나이로서 살 테다.
- 1권 51쪽


슈그 주임: 천부적인 매력과 재능, 거기다 많은 노력과 연마로 가다듬은 실력의 정통성.
너 자신도 모르게 성숙되어 가고 있는, 사람을 뒤흔들고 잡아당기며 다스리는 능력.
침착과 냉철로 무장되어 가는 정열, 네 내면 가장 깊숙이에 있는 인간애.
그것들은 타고난 지배자의 위력같은 것.
- 1권 81쪽


1742년 1월 11일, 해양제국 보드니아 남부의 개방적인 항구 아타로다의 영주인 멤피스 후작 가문에서 대후 프리초프 멤피스와 공주 엘렌드라(국왕 퓨델 5세의 누이)의 외아들로 출생. 눈부신 실버 브론드의 머리카락, 우단 같은 밤빛의 눈동자를 가짐.

1752년 봄, 10세 때 운명의 여인 아니타 에델라이드 공주와 수도 랑디의 베쉴름 궁에서 그녀의 돌잔치 때 첫만남.

1754년, 12세에 마드보르이의 해군 제1사관학교(6년제) 입학. 이 곳에서 평생의 지우 조나산 파텐버그를 만남. 주임인 슈그 백작 대령은 유리핀과 사제간이나 심정적 동지로 발전하고, 후일 유리핀의 복권에 힘을 쓰다 안타깝게 피살된다.

1755년, 13세 때 2학년 해양훈련 중 어머니를 병환으로 여의고 귀가 후 일주일만에 함선으로 귀환. 다음과 같은 선상의 맹세를 하고 삶의 보루로 삼는다.

바다여, 바다여-
그리운 바다여, 그리운 어머니여,
불어의 이 비유는 적절하다.
한시도 쉬임없이 물결이 날뛰는 북해... 언제나 안개꽃 같던 내 어머니...
그곳을 자신들의 경쟁자이자 영원한 고향으로 삼았나니-
그러나, 저 끝없는 광대함은 내게는 오히려 한없는 포용
사나이의 피를 영원히 끓게하는 어머니, 어머니-
내가 삼켜야 할 고독, 싸워야 할 파도, 이겨야 할 바람.
아아, 그것은 모두 내가 그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바다! 너는 내 운명...!
그대로부터 태어난 내가 그대를 벗하며 살려하노니-
바라건데,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여! 나의 사랑하는 바다여!
당신의 아들이 당신 안에서
당당히 살다 죽게 하소서.

1760년, 사관학교 졸업 후 원양함대에 지원승선. 3년 간 6대양을 돌며 전공을 세운다.

1763년, 귀국 후 전공에 따라 어명을 받고 스무 살의 대위는 대령으로 특진, 해군 특전대 제2연대 연대장으로 임명된다. 이 때 궁에서 이후 정적이 되는 당시 재무부 차관 악셀 화라와 처음 대면한다. 후원에서 철 든 열 살의 에델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1769년, 해군 특전대를 지휘하며 화려한 전공을 올리고 귀환. 27세에 중장으로 특진, 특전함대 총사령관에 임명된다. 그러나 그 해 말 국왕이 서거 하고, 이듬해 새로 등극한 퓨델 6세는 유리핀을 견제한다.

1770년, 레가토니아 해적단을 격퇴하기 위한 출정을 앞두고 에델에게 청혼. 그녀로부터 그녀의 눈빛과 닮은 에메랄드 그린의 반지를 행운의 기원으로 받는다.

1770년 8월 30일, 해적단을 토벌하고 귀환. 어명을 받고 알뵈르뫼 궁의 만찬 초대에 응하나 부하들(해군 특전대 장교 19명)이 살해되고 그는 반역죄로 체포, 스톡터언 감옥에 수감된다. 왕의 질투심을 이용한 악셀 화라의 음모였던 것이다.

1770년 9월 4일, 아버지 프리초프 서거. 자살로 위장된 살해. 화라의 비서 비요른 누벨의 조작이었다.

1770년 10월 30일, 랑디 미토바르드가의 최고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는다. 그를 4주간 고문했던 스톡터언 감옥의 취조관 마르키 인쥬르베가 유리핀의 인품과 기개를 흠모하게 되어 거짓 진술을 거부한다. 재판 8일 째 태형과 낙인형 집행, 레오빅보르이 수용소 종신유형 선고. 마르키는 유형지로 떠나는 유리핀을 자의로 수행하는데, 이후 장기간의 유형 생활에서 유리핀의 판단력과 지도력, 인간애과 포용력을 확인한 그는 고문과 형벌로 쇠약해져 지병이 생긴 유리핀을 평생 따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