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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April 04, 2022

Quintus Horatius Flaccus (14 BC) epistulae II 플로루스에게 보내는 편지

Quintus Horatius Flaccus (14 BC): 나는 로마에서 소년기를 보내며 성난 아킬레스가

희랍인들에게 얼마나 해를 입혔는지 배웠습니다.

아름다운 아테네에서 얼마간 학문을 더 익혔고

하여 곡선과 직선을 구분할 수 있도록

아카데모스의 숲에서 진리를 탐구했습니다.

하나 험난한 시절에 사랑스러운 그곳을 떠나

군대에 문외한이면서 내전에 휘말려 입대했고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에 못 미치는 군대에.

하여 필리피 전투에서 패하고 쫓겨가게 되고

깃털이 모조리 뽑힌 비참한 꼴로 아버지가

물려준 재산과 시골 땅도 잃고 가난 때문에 감히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하나 이제 부족함 없는

내가 아직도 잠자기보다 시 쓰길 좋아한다면

어떤 약초가 있어 치료할 수 있겠습니까?


세월은 우리에게서 좋은 걸 하나씩 앗아갑니다.

유쾌한 대화, 달콤한 사랑, 즐거운 잔치, 재밌는 축제,

이제 시마저 가져가려 내 손목을 비트니, 어찌하리까?


저마다 경탄하고 좋아하는 일이 다릅니다.

당신은 서정시를 즐기지만, 누구는 얌보스를 아끼고

누구는 비온 풍의 풍자와 독설을 사랑합니다.

손님이 셋이면 저마다 의견이 다르기 일쑤이며 

입맛따라 요구하는 것도 제각각입니다.

뭘 주고 뭘 안 줄지? 누군 원하고 당신은 고개를 저으니,

당신에겐 달콤하고 나머지 둘에겐 시고 씁니다. 


-- 김남우 옮김(2019:87-89)


내 평생 하룻밤에 다 읽은 책은 처음이로다. 잠자기보다 좋아하는 읽기는 철학 고전들뿐이고, 대체로 읽기보다 잠자기를 더 좋아하지만. 

자느라고 읽느라고 못 썼다고는 도저히 여쭐 수가 없고... 이런 망조를 어이할꼬. 이게 다 호라티우스 때문이 아니라 번역자 때문이었습니다. 

전에도 어딘가에서 느꼈었지만 적어도 스무 살 이후로 우리말을 이토록 잘하시는 분은 처음 봅니다. 이 부분에선 별로 드러나지 않습니다만. 


Friday, January 21, 2022

신영복 Shin, Young-Bok (1987) Reflections from the Prison





[알릴레오 북스] 신영복 (2015) 담론
Shin, Young-Bok (2015) Discourse: Shin, Young-Bok's Last Lecture Notes



이건 편집 좀 하지 말지.  

난 논어 좋아 죽는데. 너무 부러워서 괴롭고. 이해가 매번 달리 돼서 자꾸 또 읽게 됨. 재미가 끝이 없음. 구절마다 경중의 차이만 있을 뿐 충격인데, 뻔하다는 건 주해를 통해서라도 원문을 고민하지 않고 번역문만 그대로 읽은 경우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그 '뻔한'  이야기만큼 내 현실들에 위로가 되는 것이 아직까지 없었고. 무엇보다, 살 냄새. 무릎이 스칠 정도의 거리에서 같이 오래 생활한 것 같은, 담담하지만 묵직한 기분. 팔팔한 인물상들. 

정진 닦으며 선정 못 넘어가고 있는 나로서는 인욕은 옛 일. 이미 그런 상태에서 인문계로 왔었으니. 대신 비싼 값을 치렀다. 치르고 있고.  

맹자. 주자. 그러니 정도전이야말로 대단한 것. 실현시키고 나서 사형당했으니. (살인마 이방원 조상님.) '王道'를 이상이 아닌 '제도'로 만들어 버림. (그 道에서 벗어나면 법적으로 더 이상 王이 아니게 됨. 벗어났는지 여부를 가리는 판단은 공무원 시험에 고득점으로 합격하고 차곡차곡 승진해 온 재상들의 협의로 함. 문과 공무원 시험 교과목은 윤리학, 정치철학, 시문학으로 작문.) 종횡으로 修身이 내습된 정치체제를 구현.   

노자는 평생 실천이 힘들어서 늘 부대꼈기 때문에 거꾸로 가깝게 느껴진다. 몰라서 헛손질을 하게 되고 한 걸음도 못 가 자꾸 넘어지니 오히려 눈을 떼지 못하는 것처럼. 이 화백이 하도 좋아라하셔서 그래도 무서워하거나 낯가리진 않게 되었다. 연의나 무협 영화에 기인 광자들이 빠지지 않고 나와서도. 이 분들이 학생 때 공부만 했나 봐. 홍콩 영화도 좀 보고 그러지. 일본 만화를 보거나. 동아시아 영웅상 중에 할리웃 히어로 같이 나이브하거나 상처에 허우적대는 범생은 없음. 제동 씨, 천재네. 하이젠베르크가 겨울 휴가 때 스키장 놀러 갔다가 폭설로 갇히게 되어 날 좋은 날 지붕 위에서 노자 읽다가 낮잠에 들었다 일어나 불확정성의 아이디어가 나왔을 걸. 본인 각색이 있을 수 있지만. 내 십 대의 히어로. 

난 묵자가 좀 무서운 냄새가 있다. 투박한(예리하지 못한) 예수 같아. 

한비자는 앞에 조금 읽다 말아서 읽었다고 할 수 없지만. 극단적인 정신적 위기에 필사의 동아줄처럼 잡았다가, 아예 등떠밀듯 추락당해 바닥을 치자 모든 '이유'가 산산이 깨지면서 결과적으로 '인욕' 바라밀을 훌쩍 넘어가게 된 극적 경험이었다. 지금도 책장 안쪽에서 고이고이 존재감만 띠고 있다.    

그때 반죽음 상태에서 응급실로 찾아갔던 것이 알고 보니 이강수 선생님의 제자이신 이진용 선생님의 문지에서 열린 장자 강의였지. 붕새와 벼룩. 8주 동안 내 모든 질문을 다 풀어 주셨다. 반야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