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의 서양철학사] #04: 모성애는 순수한 생리인가 문명의 도덕인가
어제 대화 후 링크를 보내려고 찾다가 2017년 출국 준비 당시 (대학원 방식으로 진행되는 수업을 철학과와 이후 자연계로 소속을 옮긴 심리학과를 제외하면 재야의 대안 공간들에서만 찾을 수 있었고 그곳에서, 푸코를 예외로, 고강도로 진행되는 세미나에만 주로 참여했더니 개론적 해설 강의나 교양 강의에서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는 기초 지식이 오히려 부족한 상태였기에 애매한 이행기에 보충할 목적이었다.) 그리고 작년에 이어 (놀 시간이 없는데 너무 재밌으니까) 결국 세 번째로 듣게 되었다. 인류사에 평생 나만큼 많은 강의를 들은 인간이 있을지 의심스러운 지경인데, 나 자신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기껏 완벽한 오점에 불과하게 취급되므로 굳이 드러낼 이유가 없다. 아무튼, 추천하라면, 학술적인(=전문적인=직업적인) 측면에서는 (미국식 학제를 따르는 '일반'대학원생인데도 학계에서 완전 배제되어 있는, 국내 상황 치곤 특수한 형편상 취향과 무관히 당연하게도) 물론 정암학당에서 열리는 (현실적으로 대강 콜레지 드 프랑스 강의에 가까운) 호사로운 강의들이었지만, 특정한 크리테이아 없이 최고의 강의를 하나만 꼽으라면 주저없이 이것이라고 하겠다. 공학 석사 백수인 나에게보다는 현재 자신의 지식이 전문적인 사람에게일수록 절실해 보이는 강의. 그리고 비전문 직종일수록 의미 있을 강의. 언제 들어도 나의 상태에 대해서 가장 선명하게 깨닫게 해 주는 강의. 도올 선생님을 존경을 넘어 인간적으로 좋아하게 된 강의. 마음은 넓어지고 머리는 깨끗해진다. 자신을 인정하는 데 냉정해지고, 방향을 조정하는 데 용감해진다.
'오늘날의 문제의식'.
사실 2017년에는 여기에서 논하는 고전들의 대부분을 이미 헬라어 등 원문과 함께 가급적 해당 전공자/번역자와 함께 정독하고, 강의에서 다루지 않는 이후의 현대 철학 부분은 비록 분석철학 위주였지만 역시 각 분야 전공 박사 선생님들과 원전은 물론 국제 공인 정통 해설자의 원서와 비교하며 다른 중요 논문들과 함께 리뷰, 논쟁하는 대학원 세미나 수준을 거친 지도 한참 지난 상태였기에,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이 교양용 연강은 아우구스티누스/아퀴나스 부분을 제외하고 아무래도 지루하다고까지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해서 가볍게 쉬거나 청소할 때 틀어 놓는 식이었는데, 지난 수 년 간 의무적 칩거 생활로 너무 외부 자극이 없다 보니 원기 보충이 필요해서 아쉬운 대로 그동안 틈틈이 죽 다시 들어 봤더니, 내가 너무 지식 획득에만 치중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편중이나 왜곡들은 가려 들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배운 다음이니까, 맑은 관점을 가지려면 역시 외부(동아시아 고전학자)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
도올 선생님과 마찬가지로 SY 선생님의 글이 그토록 위력적인 것은 바로 그런 서로에게 외부인 시각들을 안일하게 피하거나 권위로 뭉개지 않고 고단하게 무전제에서 출발하여 가난한 마음으로 치열하게 고민했던 과정이 녹아 있기 때문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