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노해 <노동의 새벽> 20주년 헌정음반: 6번
마왕의 고스를 통해 작업 당시 바로 들었다. 이미 유명인이었던 싸이가 나에겐 처음으로 음악으로 각인되었던 순간이었다. 원작을 몰랐었기에 더욱 충격적이었던 가사 자체뿐만 아니라 순전히 사운드 측면에서 귀가 번쩍 트였다. 미안하지만 전후의 다른 작품들을 한 번도 제대로 들어 본 적이 없어서 십 년이 넘은 지금까지 나에게 싸이는 오직 '하늘'이다.
하늘
박노해 (1984, 노동의 새벽)
우리 세 식구의 밥줄을 쥐고 있는 사장님은
나의 하늘이다
프레스에 찍힌 손을 부여안고
병원으로 갔을 때
손을 붙일 수도 병신을 만들 수도 있는 의사 선생님은
나의 하늘이다
두 달째 임금이 막히고
노조를 결성하다 경찰서에 끌려가
세상에 죄 한번 짓지 않은 우리를
감옥소에 집어넌다는 경찰관님은
항시 두려운 하늘이다
죄인을 만들 수도 살릴 수도 있는 판검사님은
무서운 하늘이다
관청에 앉아서 흥하게도 망하게도 할 수 있는
관리들은
겁나는 하늘이다
높은 사람, 힘 있는 사람, 돈 많은 사람은
모두 하늘처럼 뵌다
아니 우리의 생을 관장하는
검은 하늘이시다
나는 어디에서
누구에게 하늘이 되나
대대로 바닥으로만 살아온 힘없는 내가
그 사람에게만은
이제 막 아장걸음마 시작하는
미치게 예쁜 우리 아가에게만은
흔들리는 작은 하늘이것지
아 우리도 하늘이 되고 싶다
짓누르는 먹구름 하늘이 아닌
서로를 받쳐 주는
우리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푸른 하늘이 되는
그런 세상이고 싶다
cf.
신혜림@IZM> album: 박노해 시집 노동의 새벽 20주년 헌정 음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