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노해 <노동의 새벽> 20주년 헌정음반: 6번
마왕의 고스를 통해 작업 당시 바로 들었다. 이미 유명인이었던 싸이가 나에겐 처음으로 음악으로 각인되었던 순간이었다. 원작을 몰랐었기에 더욱 충격적이었던 가사 자체뿐만 아니라 순전히 사운드 측면에서 귀가 번쩍 트였다. 미안하지만 전후의 다른 작품들을 한 번도 제대로 들어 본 적이 없어서 십 년이 넘은 지금까지 나에게 싸이는 오직 '하늘'이다.
하늘
박노해 (1984, 노동의 새벽)
우리 세 식구의 밥줄을 쥐고 있는 사장님은
나의 하늘이다
프레스에 찍힌 손을 부여안고
병원으로 갔을 때
손을 붙일 수도 병신을 만들 수도 있는 의사 선생님은
나의 하늘이다
두 달째 임금이 막히고
노조를 결성하다 경찰서에 끌려가
세상에 죄 한번 짓지 않은 우리를
감옥소에 집어넌다는 경찰관님은
항시 두려운 하늘이다
죄인을 만들 수도 살릴 수도 있는 판검사님은
무서운 하늘이다
관청에 앉아서 흥하게도 망하게도 할 수 있는
관리들은
겁나는 하늘이다
높은 사람, 힘 있는 사람, 돈 많은 사람은
모두 하늘처럼 뵌다
아니 우리의 생을 관장하는
검은 하늘이시다
나는 어디에서
누구에게 하늘이 되나
대대로 바닥으로만 살아온 힘없는 내가
그 사람에게만은
이제 막 아장걸음마 시작하는
미치게 예쁜 우리 아가에게만은
흔들리는 작은 하늘이것지
아 우리도 하늘이 되고 싶다
짓누르는 먹구름 하늘이 아닌
서로를 받쳐 주는
우리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푸른 하늘이 되는
그런 세상이고 싶다
cf.
신혜림@IZM> album: 박노해 시집 노동의 새벽 20주년 헌정 음반
천현주@YTN> 공연 <스무 살 공순이의 노래> (2004.12.24) 현장 보도
이승형@문화일보> '80년대 노동자들의 恨' 스며있다 발췌: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만약 2004년의 대중음악계를 추억할 일이 있 다면 다른 건 몰라도 이 두 가지 사실만큼은 꼭 기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김민기씨의 노래극 '공장의 불빛'이 새로운 음반으로 제작됐다는 것과 박노해씨의 시집 <노동의 새벽>이 노래 앨범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두 작품은 70~80년대 그 비정한 시절의 원(怨)과 한(恨)을 거침없이 토해내며 "산자여, 따르라"고 외쳤던 그 시절을 기억하는 거의 유일한 유산들입니다. 하지만 세상살이가 다 그렇듯 먹고 살기 바쁜 우리에게 이들은 점점 잊혀져서 그 위엔 먼지만 쌓이고 이끼만 끼었습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무덤속에 있던 2개의 유산을 기꺼이 꺼내 다시 세상에 내놓은 분들께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2004년 대중음악계는 이 두 앨범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노동의 새벽' 출간 20주년을 기념해 만든 앨범 표지에 적힌 글귀다. 헌정 앨범 제작은 대중음악평론가 강헌에 의해 지난 5월 처음으로 제안됐다.
앨범의 프로듀서는 신해철이 맡았다. 이 앨범은 결코 노동자만을 위한 앨범이 아니다. 역사성은 그렇다 치더라도 음악의 완성도에 있어서 20년의 세월과 대중의 귀를 책임질 만한 가치를 갖고 있다. 앨범은 절박하고 처절한 소리들로 시작된다. 바이올린과 첼로, 신디사이저가 몽환적으로 결합된 소리, 판소리, 집회 현장에서 애국가를 부르는 소리, 박노해가 체포될 당시의 절규 등이 뒤섞여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다.
이승형@문화일보> '80년대 노동자들의 恨' 스며있다 발췌: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만약 2004년의 대중음악계를 추억할 일이 있 다면 다른 건 몰라도 이 두 가지 사실만큼은 꼭 기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김민기씨의 노래극 '공장의 불빛'이 새로운 음반으로 제작됐다는 것과 박노해씨의 시집 <노동의 새벽>이 노래 앨범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두 작품은 70~80년대 그 비정한 시절의 원(怨)과 한(恨)을 거침없이 토해내며 "산자여, 따르라"고 외쳤던 그 시절을 기억하는 거의 유일한 유산들입니다. 하지만 세상살이가 다 그렇듯 먹고 살기 바쁜 우리에게 이들은 점점 잊혀져서 그 위엔 먼지만 쌓이고 이끼만 끼었습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무덤속에 있던 2개의 유산을 기꺼이 꺼내 다시 세상에 내놓은 분들께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2004년 대중음악계는 이 두 앨범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전쟁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가운 소주를 부으며 온몸으로 부르던 노동의 새벽 그때 우리는 스무살이었다. 스무 살 가슴에 아픔이 없다면, 스무 살 가슴에 슬픔도 분노도 없다면, 그 가슴은 가슴도 아니리.
'노동의 새벽' 출간 20주년을 기념해 만든 앨범 표지에 적힌 글귀다. 헌정 앨범 제작은 대중음악평론가 강헌에 의해 지난 5월 처음으로 제안됐다.
앨범의 프로듀서는 신해철이 맡았다. 이 앨범은 결코 노동자만을 위한 앨범이 아니다. 역사성은 그렇다 치더라도 음악의 완성도에 있어서 20년의 세월과 대중의 귀를 책임질 만한 가치를 갖고 있다. 앨범은 절박하고 처절한 소리들로 시작된다. 바이올린과 첼로, 신디사이저가 몽환적으로 결합된 소리, 판소리, 집회 현장에서 애국가를 부르는 소리, 박노해가 체포될 당시의 절규 등이 뒤섞여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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