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pril 28, 2021

Erwin Schrödinger (1958) Mind and Matter 정신과 물질

Erwin Schrödinger (1958): 발전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에 의해 결정된다는 믿음으로 사태를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발전을 원한다면, 발전을 위해 무언가 해야 한다. 또한 발전을 원하지 않는다면 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적 사회적 발전과 역사적 사건들 일반이 운명의 장난으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로 우리의 행동 때문에 발생하듯이, 더 큰 규모의 역사에 다름 아닌 우리의 생물학적 미래를 어떤 자연법칙에 의해 미리 결정된 불변의 운명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적어도 연극의 주인공인 우리에게는 사태가 그러할 수 없다. 설령 우리가 새와 개미를 보듯이 우리를 지켜보는 더 높은 존재에게는 그렇다 할지라도 말이다. 사람들이 좁은 의미와 넓은 의미의 역사를 예정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 이유는 매우 명백하다. 그것은 모든 개인 각자가, 자신의 의견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그것에 따라 행동하도록 설득할 수 없는 한, 자신에게는 거의 아무 힘도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 

현재 대부분의 생산 공정에서 진행 중인 기계화와 '바보화(stupidization)'는 우리의 지능 기관의 일반적 퇴보를 가져올 수 있는 심각한 위험 요소라고 나는 믿는다. 수공업의 억압과 따분하고 지루한 조립 라인 작업의 확산에 의해 영리한 노동자로서 살 기회와 무감각한 노동자로서 살 기회의 비중이 동등해질수록, 영리한 뇌와 유능한 손과 날카로운 눈은 점점 더 불필요해질 것이다. 심지어 천성적으로 따분한 노동이 더 쉽다고 느끼는 우둔한 인간이 더 선호될 것이다. 그런 인간들이 더 쉽게 성장하고 정착하여 자손을 낳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재능이나 재주와 관련해서 부정적인 선택이 일어날 가능성이 다분하다. 

[...]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현재 행복과 미래 진화는 나란히 함께 간다. 지루함은 우리의 삶에서 결핍 다음으로 나쁜 가장 심각한 독소가 되었다. 우리가 발명한 교묘한 기계들이 불필요한 사치품을 점점 더 많이 생산하도록 방치하는 대신에, 그 기계들을 인간의 바보 같고 기계적이고 '기계 같은' 노동을 대신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인간이라는 훌륭한 존재가 하기에 너무 하찮은 노동을 기계가 맡아야 한다. [...] 전 세계의 큰 기업들과 재벌들이 서로 경쟁하는 한, 이런 일이 실현되리라는 작은 희망을 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종류의 경쟁은 흥미롭지도 않고 생물학적으로 무가치하다. 우리의 목표는 그런 경쟁 대신에 인간 개인들 간의 흥미롭고 지적인 경쟁을 회복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 전대호 옮김 (2007: 186-189) 


오퍼레이터로서 탱크의 자리를 지망하고 건너왔다. 나는 탱크와 달리 시온 출신이 아닌 매트릭스 출신이지만, 그래서 유리한 점이 있다. 설령 탱크처럼 조종간까지는 못 맡게 되더라도 그래서 백업을 해 주진 못하더라도 네오들이 쓸 총알 알고리듬 같은 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침투 루트를 좀 알고 있으니까. 그들의 설계도를 읽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아직도 각성하지 않는 모피어스들을 보며 절망한다. 이미 늦었지만 아직 늦지 않았는데... 

네오가 매트릭스에서 낮에는 프로그래머로 밤에는 해커로 투잡을 했듯이, 전설의 해커 모피어스는 전직 고등학교 문학 담당 교사였다, 라고 처음 영화를 봤을 때부터 생각했다. 오비디우스로 박사 학위 논문을 썼나 보다고. 그가 대련 프로그램과 점프 프로그램 안에서 네오에게 무엇을 가르치는지 보면 확실하다. 얼른 네오들을 찾아서 현실을 보여 주고 좋은 알약을 고르게 하고 잘 훈련시켜서 팀에 데리고 들어가야 하는데. 어쩌면 이 모피어스들은 자신이 모피어스임을 모르는지 아니면 알고 싶지 않은 건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모피어스는 신념이 강해야 하는데 말이다.  


이렇게 중요한 이야기를 적는 곳이 아닌데, 고립무원이라 그런지 점점 심각해지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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