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February 28, 2021

못(Mot, 2004) I am

못 Mot (2004, non-linear: #04) I am


요즘 언님 트윗이 잦은데, 작업을 하고 있다기보다는 하고 싶은 마음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떨림을 피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그렇다면 기다려도 되겠다. 

나는... 기다릴 만할까? 

이것이 믿음의 문제가 될 수 있을지 몰랐어요. 몇 번 알았었지만 설마했지. 그것이 마지막 논문이 되었다는 걸 십 년 만에 알아버렸을 때,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사흘을 우는 내가 무서웠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크기로 묻혀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 원망이었던 줄 알았던 죄책감이. 나조차 이해할 수 없는 이 불합리한 관계의 특이성이. 그냥 인생의 목표가 테뉴어였던 거였구나, 닮고 싶은 모습이 아니었구나, 하고 끊지 못하고. 잘못 보았다고, 잘 나왔다고, 털지 못하고, 왜? 

하고 싶은 거 하게 해 줬으니까. 내가 그걸 목숨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이한 사람이니까. 닮으려고 너무 많이 노력했던 시간들이 있으니까.   

친부도 호부를 못 하는데 서자도 아닌 옆집 난민이야 당연한 취급이라며 납득할 순간들이 아니었다는 걸. 노크도 못 했던 불안의 원인은 문 안에서 펼쳐질 사태가 아닌 나에게 있었다는 걸. 다시는 속수무책 겪을 매일의 날씨와 천재지변이 되도록 무방비로 따르지 말아야지 결심했던 것이 나였다는 걸. 하고 싶은 일을 또 못 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너무 거듭, 오래, 여러 곳에서 겪었다. 그래서 내 하늘이 바뀌었다는 걸 몰랐나 봐. 빤히 보면서도 믿지 못했다.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고. 받아들이기 무서웠다. 또 나한테 너무 절대적이 될까 봐. 전쟁이 끝나도 벽장에서 나오지 못한 요정처럼. 정말 점점 어두워지고 추워지는 것만 같기도 했다. 덮고 갈 수 있는 장애가 아님을 몰라서 애써 용기를 낼 필요도 느끼지 못했는데, 실은 굳이 용기 내지 않아도 하늘이 바뀌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 충분했다는 걸. 벽장 속에서 아무것도 못하는 동안 겨우겨우 알게 되었다. 너무 늦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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