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9: 20세기 이후 인간의 일상에 음악이 개입하지 않는 순간은 거의 없다. 어떤 순간, 어떤 공간에도 음악은 유령처럼 존재하며,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p. 10: 기나긴 인류의 음악사 속에서 시대와 지역, 장르를 넘어 어떤 특수한 음악적 현상이 이끌어내는 특별한 역사적 장면을 주목하고자 했다. 과연 어떤 동기와 역학이 음악사적 진화의 도약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정치경제적 요소와의 상호작용을 이끌어내게 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다.
p. 18: "재즈는 가장 가난한 민중의 일상에서 탄생해 주류의 문화가 된 극히 보기 드문 첫 번째 예이다." --- 에릭 홉스봄
p. 40: 낯선 곳에 영문도 모른 채 끌려와 힘든 육체노동과 학대, 말조차 나누지 못하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자신들의 고통과 외로움을 토로하는 유일한 방법이 하늘을 향해서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을 통해서 흑인들은 자신들의 가슴속에 가득 잠겨 있는 울분과 분노의 슬픔을 토해냈다. 이게 말인지, 노래인지, 신음인지, 구원의 기도인지, 우리로서는 알 길이 없다. 왜? 그들이 토해낸 것이 무슨 의미였느지, 그들은 글을 배운 적이 없어서 기록을 남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 혹시 여러분이 재즈를 듣다가 문득 말하는 것조차 금지된 노예 농장에서 어떤 흑인 노예가 하늘을 향해서 뭔가를 부르짖는 듯한 소리가 느껴진다면, 그 순간 재즈는 온전히 여러분의 음악이 된다. / 흑인 노예가 하늘을 향해서 부르짖던 소리인 필드홀러는 당연히 음악이라고 볼 수 없다. 그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절망의 소리일 뿐이다. 그런데 재즈에는 바로 이것이 들어 있다.
cf.
저술의 바탕이 된 저자의 강의(2013, 벙커1) 전복과 반전의 순간 (녹음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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