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lo Philharmonic / Klaus Mäkelä
2021-06-04 Oslo Concert Hall
이것이 21세기 클래시컬이다.
한 시간이 넘는 교향곡에서 처음 10초의 음색만으로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던 나를 납치하듯 빨아들인 매켈라. 일시적 기분 탓인가 쇠약해진 기력 탓인가 계속 의심했지만, 드물게 싫어하던 곡을 지난 일주일 동안 열 번이 넘게 경청하고 다른 연주들과 비교하게 만든,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밖에 없는 지휘. 자꾸만 클릭하게 만든다. 덕분에 프랑크푸르트 라디오 관현악단(hr-진포니오케스터)의 최근 연주들을 닥치는 대로 하나씩 들어 보기까지 했다. 고루 훌륭했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다. 냉방이 안 되는 공간에서 쪄진 몸과 정신의 환희로 심신이 분리되고 있다. (연구 지원은 커녕 책상 하나도 안 내주는 사립 '학교' 덕에 일말의 죄책감 없이 고맙게도 양심만은 청량하지만,) 찬밥 된 메를로퐁티. 눈은 있어도 귀는 없는 내가 이런 지경이라면, 아마 업계에서 역사적 연주로 남지 않을까. 공간 음향과 카메라는 훌륭해도 녹음은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부디 유튜브 업로드용 영상에 한정된 상황이기를.
그렇게 형성된 그의 첫인상에 곧바로("subito"로?) 진은숙이 떠올랐다. 그가 해석하는 진은숙이 너무 궁금하다고. 여기서 핵심은 내가 진은숙을 들어 본 적이 없다는 사실. 아마 옛날 뉴스 프로그램 중 짧은 인터뷰 같은 데서 앨리스(원작 소설의 판본을 수집할 정도의 팬이라 기억에 남은 듯) 공연 장면이 삽입 영상으로 좀 나왔었나 보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잠재적 이미지로 묻혀 있었던 것이 역시 무의식적으로 자동 연결됐던 것. 전혀 기대 없이 검색 결과 무려 작년에 발표한 신곡이 매켈라의 지휘로 2020년 9월 24일 암스테르담에서 왕립 콘세르트헤바우 관현악단에 의해 초연되었다는 엄청난 사실(실황 녹음)과 특별한 관계에 기절할 뻔. 올림픽에 '감상' 종목은 없나? 먹고사는 데 도움되는 재능은 없고 놀고 먹는 데만 천재적 신기가 넘쳐.
subito con forza. 구글 번역기는 영어로 "immediately with force"란다. 내가 붙인 제목은 고루하지만 '포세이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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