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23 수리 논리 - 명제 논리 중 선언 표준 형식 부분
함수에 대한 definition, realization, exemplification, instantiation, initialization 각각의 의미에 대한 차이. 함수를 도구로만 사용했던 경험에 의한 선지식 또는 애벌 염색에 의한 나의 혼란. 즉, 물리학과 공학이 공유하는 개념과 수학과 철학이 공유하는 개념 사이의 차이. 그 차이를 쓸데없다 안 하시고 함께 음미해 주셨다. 그것도 논제들의 역사가 아닌 일차적 기술적 지식을 일방적으로 학습하는 과정에서. 튼튼했던 부분들마저 흔들릴 뻔한 상태에 있던 나는 덕분에 내가 따르고 있지만 구별짓지 못했던 하나의 관점을 비추어 볼 수 있게 되었고, 같은 대상을 놓고 말하는 것 같지만 실상 서로 다른 대상에 대해 기술하고 있는 경우들의 주범인 단어(어휘)의 문제로 탓을 잘못 돌릴 뻔했던 것을 막게 되었다. 나는 보통 '관점이 다른 것이 아니라 대상이 다른 것'이라고 믿는 편이지만, 정말 같은 대상인데 그것을 기술하는 관점이 다른 경우가 있다.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휘가 다른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그런 부분까지 잡아 주시는 것은 사부의 특별한 미덕이다. 상황상 또는 정서적으로 무시당하느니 마느니 하는 문제가 아니라, 내용상 올바르게 상정한 논제 자체를 근거 없이 무효화시키는 피드백은 특히 배우려는 입장에서는 아무런 응답도 받지 않느니만 못하다. 생각을 멈추게 하기 때문이다. 극장의 우상에는 잘 빠지지 않아서 곧잘 피해 가는 나도 때로는 내가 제기한 문제 자체의 심각성을 스스로 느끼지 못할 때가 있는데, 흘려 듣지 않으시고 대토론으로 이끌고 들어가셔서 결국 최소한의 일단락을 맺을 때까지 매번 놀랄 정도로 많이 들으시고 충분히 말씀하신다. 뒤늦게야 내가 문득 진도나 시간을 걱정하는 척하면 오히려 무슨 중학생이냐고 타박하신다. 공방, 세련, 재공방, 수용, 정정, 승패 또는 neutral 합의. 나도 찜찜한 채로 덮는 법이 없다. 일단은 끝까지 간다. 그래야 다음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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