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11 흙의 낮 @서울시립미술관
2004년 3회 전시 때보다 전반적으로 작품성이 훨씬 뛰어났다. 기술은 오히려 적게 적용된 반면 - 영상물의 단순한 재생이나 심지어 이제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디지털 편집만을 가한 한 컷의 스틸 사진 등. 역시, 미디어 아트는 '미디어'라는 장르 특성보다 '아트'로서의 예술성이 관건임을 느꼈다.
3회 때는 [디지털 호모 루덴스]라는 모토로 소위 '놀아 보자'는 취지와 어울리는 각종 비디오/뉴미디어/게임 작업들이 뒤섞여 있어, 일반인의 호기심을 끌기에는 충분했지만 어떠한 감동이 느껴지지 않아 회의감마저 들었었다. 반드시 아이들만을 감상자/이용자로 상정했다고는 볼 수 없는 다수의 실험적인 작업들이, 신기술과 그에 따른 생활문화의 변화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는 한국의 '어른들'로부터 쉽사리 관심을 받기에는 어려운 현실 탓인지는 몰라도 지나치게 '이것은 유아용입니다' 라는 조금 과장하면 자기비하에 가까운 명목 아래 정당히 평가받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씁쓸함도 컸었다. 물론 원래부터 아이들을 대상으로 제작된 작업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중 현실. 보다 내적인 시각에 기반한 기획의도를 반영하는 제목이다. 그리고 전시 내용은 그러한 기획의도가 단지 시대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또는 진부한 해석에 의해 짜맞추어진 것이 아님을 확실히 느끼게 해 주었다. 국제 비엔날레라는 규모와 위치를 고려했을 때, 그 타협하지 않은 충실함을 위해 어떠한 고민과 얼만큼의 희생이 따랐는지 내가 알 수는 없지만 얼핏 짐작할 수 있을 것도 같은 기분이다.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한 전시였다. 한심하지만 뒤늦게, 알고보니 큐레이터 군에 레프 마노비치가 있다!
히라키 사와의 <Trail>을 최고로 꼽겠다. 일상의 공간과 낯익은 환상을 세련되지는 않지만 매혹적으로, 충격적이지는 않지만 인상 깊게 연출한 작가의 미적 감각과 발상에 찬사를 금할 수 없다. 작품을 사고 싶을 정도다.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리라 확신하는. 너무나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했을 때 흔히 '내가 작가였다면 했을 것 같은 작품이다', '하고 싶었던 작업이다', '나도 이런 생각 자주 하는데', '이 작가는 나와 같은 류로군' 등의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이 그랬다. 때로는 늦게라도 모방 충동이 들기도 하고, 딴에는 '오마주'로 바치고 싶다는 허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물론, 약간의 질투심과 모종의 투지가 따르기도 한다. 좌우간 짜릿하고 황홀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마우어 공원>은 작가의 의도나 작품의 의미를 따지기 전에, 일단 영상미가 내 취향이었기에 첫눈에 들어왔던 작품이다. 따져 보면 너무 하다 싶을 정도로 카메라의 초점을 이용한 거의 유물에 가까운 작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2006년에도 캔버스 위에서 정물화가 그려지고 있다. 지적인 유희만이 예술적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님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다. 때로는 위기감으로 때로는 그리움으로, 위험스럽거나 포근하게, 우울하거나 상쾌하게. 단조로운 풍경 안에 거대한 서정시를 품게 한 연출력이 훌륭하다. 시점의 변화를 노골적으로 유도함으로써 감상자를 단지 관찰자가 아닌 주인공으로 만들어 버리는 결과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심정적인 착시를 불러일으킨다고나 할까.
후세인 살라얀의 <공감 피로>는 매우 이지적인 작품이다. 일단 제목부터가 그렇지 않은가? 물론 감상하고 나오면서 제목을 다시 상기했을 때에야 의미가 완전히 이해되기는 했지만. '자기 서술'을 하는 작품이 작가 이외의 타인에게서 이해나 (때로 매우 열정적인 감상자의 경우) 공감을 얻는 것까지는 몰라도 감동을 주는 경우란 극히 드물다. 그러나, 작가가 서술의 대상인 자신을 타자화하는 능력을 가졌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내면으로부터의 비명을 세상을 향해 지르는 용기를 감수성으로 착각한 나머지 스스로가 무대의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욕구를 창작욕이라 주장하는 작가들이 있다. 특히, 미디어 아티스트들 중에 많은 것은 것 같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관조하지 않는 예술, 은유나 함축이 결여된 예술은 예술이라 부르지 않는다. (대신, 모든 작업이 예술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실험 예술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험적 예술. 예술적 실험. 일단 생략.) 자신에 대한 공감, 그 공감에 반응하는 자신, 그러한 반응에 대한 관찰. 자신을 예술로 채우려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순수하게 예술의 대상으로 하는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선을 가지면서도 여전히 예술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모순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작가의 정신력을 존경한다.
my most favorites:
히라키 사와 Hiraki Sawa <흔적 Trail> (2005, video with sound)
디에트마 오펜후버 Dietmar Offenhuber +샘 오인거 Sam Auinger +한스 스트로블 Hannes Strobl <마우어 공원 Mauerpark> (2005, DVD video)
후세인 살라얀 Hussein Chalayan <공감 피로 Compassion Fatigue> (2005, digital video)
최병일 Choi, Byoung-Il <시각장치 01_버전 1.5 Visual Device01_version 1.5> (2005, mixed media installation)
루시아 코치 Lucia Koch + 가브리엘 아체베도 벨라르데 GabrielAcevedo Velarde <올린다 하늘빛 Olinda Celeste> (2005, animation on DVD)
류호열 Ryu, Ho-Yeol <기차역 1 Hauptbahnhof 1>, <기차역 2 Hauptbahnhof 2>
박성훈 Park, Seong-Hoon <저 끝의 시작 안에... in the prologue of end> (2006, paper animation)
my favorite:
존 제라드 Jogn Gerad <일 년에 한 번 미소짓는 초상화 - 메리 Portrait to Smile Once a Year (Mary)> (2006, realtime 3D)
3D Production in collaboration with Werner Potzelberger-Yama Vienna/ Display production_Jakob Illera-Inseq PD, Vienna
미아오 시아오천 Miao Xiaochun <사이버 공간에서의 최후의 심판 - 나는 어디로 가는가? The Last Judgement in Cyberspace - Where Will I go?> (2006, 3D computer animation)
프리드리히 키르쉬너 Friedrich Kirschner <2184년의 사람 Person 2184> (real-time 3D computer animation animation)
크랙 월쉬 Craig Walsh <상호참조 Cross-Reference> (2004, single channel video installation) Craig Walsh
빅빅보스 Bbboss (천 시아오윈 Chen Xiaoyun + 찐 샨 Jin Shan + 천 웨이 Chen Wei) <다섯 개의 문 Five Doors> (2006, interactive sound installation)
코헤이 아사노 Kohei ASANO + 코스케 마츠우라 Kosuke MATSUURA <뜰 Garden> (2005, interactive installation)
자카리 리버만 Zachary Lieberman <제스처 장치 Gesture Machine> (2006, interactive installation)
미 첼 테란 Michelle Teran + 제프 만 Jeff Mann <살아있는 형상: 원격키네틱스 LiveForm: Telekinetics> (2004, live art event with custom electornics, robotics, and software; network, found materials, food)
and:
카타리나 뢰프스프롬 Katarina Lofstrom
린 허쉬만 Lynn Hershman Leeson
이이남 Lee, Yi-Nam
소프트패드 Softpad
악셀 로흐 Axel Roch
박지수 Park, Ji-Soo (한국정보통신대학교 디지털미디어연구소 Digital Media Lab ICU)
헤르난 디아즈 아론소 Hernan Diaz Alonso
서보 SERVO
김창겸 Kim, Chang-Kyum
레안드로 에를리히 Leandro Erlich
에리코 마츠무라 Eriko Matsumura
스캇 스니브 Scott Snibbe
최원정 Choi, Won-Jung
리우 딩 Liu Ding
칸 슈엔 Kan Xuan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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