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ano (1993, Jane Campion) OST by Michael Nyman
혼자 영화관 가는 거 즐기시던 남 사부님. 학창 시절 내가 선생님이라고 부른 최초의 유일한 분. 이 영화는 초바쁜 중3 때라 당시에는 못 보고 한참 후 집에서 티브이로 봐서 내 느낌보단 선생님 이야기가 더 생각난다. 우리는 18세기형 사제들이었지. 성평등과는 무관히 난 남자로 태어나는 게 더 좋았을 거라는 쓸데없어 짜증났던 말을 이제는 인정한다. 잃을 수밖에 없는 것들이 내겐 소중한 것들이곤 했다. 얻을 수 있는 것들에는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았고. 여자 생물과는 친구로나 다른 방식들로는 관계할 수 없거나 하면 안 되는 땅에서. 나를 동료로 취급할 줄 알았던 극소수만이 페친으로 남아 있는 세계. 피아노와 함께 벙어리가 되어 태평양에 침몰한, 페미니즘 바깥의 지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