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the 150th anniversary of Dresden Philharmonic Orchestra
2020-11-29
위대한 정신들을 보다 보니 내 병과 상처들까지 치유될 지경. 나보다 월등히 나은 인간들에게 무슨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뺏는 시간만큼은 갚아 줘야 하는데... 교수님께서도 이런 학생이셨을 것 같다... 최소한. 이런 학생들이 제자였다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조금은 이해가 간다.
또 난생 처음 겪는 증상들인데 누가 봐도 경악할 수준이라 복구가 안 되는 성질인가 걱정했지만 잤더니 신기하게 얼추 회복됐다. 정상인이라면 결석하고 병원 가는 게 당연한 상황인데 나야 투명 인간이지만 무서운 교수님이라 못 감. 한시름 놓으니 말랑해진 차원의 노곤. 매번 특공 작전 하는 난 구제불능.
나도 더는 치명상 입지 말고, 다시는 어찌할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알기에 죽어 갔던 지난 시간을 되새기지 말고, 내가 결정할 수 없는 일들로 부질없이 다치지 말자. 자가 최면도 십 년이 넘으니 고질병이 되기 전에. 놓기로 한다. 한두 번 놓았던 것도 아니었는데, 왜 자꾸 희망 고문을 받았지?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일 뿐, 남의 마음은. 이제 현실도 소외감도 받아들인다. 능력보다 의욕이다, 이십 대에 배운 것. 의욕보다 상황이다, 상황보다 가치관이다, 삼십 대에 배운 것. 남아 있던 허영은 처음부터 없었다.
이제 프랑스어도 다시 시도해 봐야지. 마지노선이 필요해서였지만. 붙잡을 것이 필요했다. 나이도 경력도 학벌도 성별도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하나라도. 납득할 수 있고 운이 좋다면 희망이 될지도 모를. 마지막까지 이스탄불 공항에서 우선 발음이라도 익히려고 진력을 다했던 마음은 처음부터 된서리 맞고 꽁꽁 얼렸다. 안티 테제는 그만. 지금 독일어만큼만 해도 편해질 텐데. 물론 동급 수준 문법 난이도가 몇 배이지만. 다음 학기엔 라틴어에도 재도전하고.
연구를 매개로 하지 않는 사제 관계가 가능한 세계가 있나 보다. 내 상상 밖이었지만. 그 문도 언제 닫힐지 나로선 알 수가 없고. 나에겐 안전 없이는 신뢰가 불가능해서 길이 없어지곤 하는데. 한가한 아줌마. 딜레탕트. 계속 반복되는 패턴인 걸 보면, 교수님께서는 용서를 거듭하신 것 같은데, 난 물벼락을 맞는 일만 거듭되는 꼴이다. 미련하게 그 자리에 서 있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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