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rch 28, 2016

단가 사철가 (短歌 四節歌; The Song of Four Seasons) - 김수연

단가 사철가 (The Song of Four Seasons) - 김수연 창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왔건만은 세상사 쓸쓸하더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하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 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한들 쓸데 있나?

봄아, 왔다가 가려거든 가거라.
네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 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라 예부터 일러 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오면 한로삭풍 (寒露朔風) 요란해도
제 절개를 굽히지 않는 황국단풍(黃菊丹楓)도 어떠한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오면 낙목한천(落木寒天) 찬바람에
백설만 펄펄 휘날리어 은세계가 되고 보면
월백(月白) 설백(雪白) 천지백(天地白)하니 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무정 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이내 청춘도 아차 한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은 어려워라.

어화 세상 벗님네들, 이내 한 말 들어 보소.
인생이 모두가 백 년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 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도 못 살 인생, 아차 한번 죽어지면 북망산천의 흙이로구나.
사후에 만반진수(滿盤珍羞)는 불여 생전(不如 生前) 일배주(一杯酒)만도 못 하느니라.

세월아, 세월아, 세월아 가지 말아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는다.
세월아 가지 마라, 가는 세월 어쩔거나.
늘어진 계수 나무 그 끄트머리에다 대랑 매달아 놓고
국곡투식(國穀偸食) 하는 놈과 부모 불효 하는 놈과 형제 화목 못 하는 놈
차례로 잡아다가 저 세상 먼저 보내 버리고 나머지 벗님네들 서로 모여 앉아서
"한 잔 더 먹소, 그만 먹게" 하면서, 거드렁거리고 놀아 보자.

--> 영문 가사 보기 (English-translated lyrics here)



아이 적부터 봄을 싫어했다. 영문 모르게 마음이 온통 힘들어서.
역시나 직방 특효. 울 것 같아서 찾아 들으면 어느새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사철가는 특히나 김수연 명창 소리가 좋더라.

봄을 타고, 일상의 자극들과 스치는 사람들에게 다시 민감해졌다.
괴롭다는 건 마음도 많이 회복되었다는 것일 테니.
꼬박 삼 년이 걸리는구나. 옛 풍습은 처방이 너무 정확하다.

이 소리도 좋다. 김민영 창, 오흥민 북.
조금 긴장하신 느낌이 있긴 하지만.
봄은 긴장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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