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도착한 교양서를 2차 접종 후 지난 번과 똑같은 증상으로 바로 보지 못하고 오늘에야 깨어나, 돌고 도는 미궁에 몇 번째인지 같은 지점으로 돌아와 무력해진 마음의 저항 때문에 퍼즐 게임이나 하며 뒤적이기만 하다가, 동아줄 같은 역자 해설을 읽게 되었다. 그런데 반갑기보다 대체 아직도 이러고 있는 형편이 감당이 안 되고, 감당이 안 되고 있는 상태가 까마득히 오래되어 익숙해져 버렸다. 습관이 무섭다고 꽤 편하다. 게다가 난 늘 플랜 B를 가지고 있다. 청소년 대상 역사소설을 쓰기로. 소재도 있다. 바로 취재를 시작하면 된다. 복잡계 과학은 내 말로 설명할 능력이 없다. 며칠 밤샌다고 될 영역도 아니고. 필요한 게 지식이 아니라 이해라서. 통계물리는 안 들었고, 열물리를 들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날 리가 있나. 내가 공부를 안 하기도 했지만, 강의 잘 하시는 교수님들과 지독히도 시운이 안 맞았던 것도 사실이다. 좋은 인상이 아니다. 어릴 때 보던 책들과 함께 베란다 종이 상자에 들어 있는 것 같은데 마님의 허가를 받을 수가 없으므로, 그렇게 포기했다.
시사 방송이나 틀어 놓고 가장 가까운 책장 칸에 B5 공책 바인더가 갑자기 눈에 들어와서 꺼내 보니 개나리색 캔버스 천으로 마감 처리된 디자인이 참 예뻤구나, 한 것까지 무의식 중의 일이었다. 여전히 아무것도 하기 싫었겠지. 바로 뒤에 꽂힌 빈 노트인 줄 이미 알고 있는 걸 굳이 꺼내서 먼지나 털려고 보니 "열물리학" "학번" "이름". 아, 커버일 뿐. 내용은 머나먼 종이 상자 안에 있고, 무엇보다 어느 상자인지 알 수가 없으므로, 계속 포기했다.
내용이 있다... 이상하게 짧다. 물론 교재가 따로 있긴 했지마는. 노트에 구태여 강의 관련 사항들을 세세히 적는 습관이 있는데 없는 걸 보면, 종강도 일찍 한 것 같고. 자연계에는 이런 강의가 없는데. 부실해서 아끼지 않고 보관에서 탈락시켰던 걸까? 설마 이십 년 뒤에 인문학을 공부하게 되어 다시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이렇게 손 닿는 곳에 놓아 둔 건 아니었을 테니. 이렇게 시작한다.
2001.3/12.달
Statistical Mechanics > Kinetic theory of Gases > Thermodynamics
entropy S = lnW
ds = dQ/T
1. Energy in Thermal Physics
1-1. Thermal Physics
- Temperature 란?
(1) is what you measure with a thermometer (operational definition 실험적 입장)
(2) is the thing that's the same for the two objects after they've been in (ㄱ) contact (ㄴ) long enough (theoretical definition 이론적 입장)
(ㄱ) => Thermal equilibrium (열평형 상태)
after two objects have been in contact long enough
(ㄴ) => Relaxation time
; The time required for a system to come to thermal equilibrium
물론 다음부터는 죄다 수식. 큰 글씨로 A4 39쪽밖에 안 되는데, 그냥 한번 손으로 옮겨 보면 술법이 나오려나? 무념무상 채색본으로.
꿈을 해몽한 바에 따르면, 바스카는 포기하라는 것 같다. 이런 걸 왜 꿈이나 해석하고 있는지. 포기되었든 포기하였든 다시는 나를 이런 환경 속에 두지 않겠다. 성장 없는 시간은 죽음과 같다. 그래서 티탄.
+ 노트는 다음과 같이 끝난다.
"phenomenology" 현상학
; He의 성질을 기술할 뿐(가정), 그 원리는(physics) 모름.
섬뜩해! 힝- 😱
아니, 물리학과에 이런 식인 과목이 어디 있냐고! 그래서 흥미가 없었나 보다. 화학처럼 여겨졌던 것 같다. 마지막 시험 범위가 5장 2절까지라니, 필기가 부실했던 것이 아니라 진도 자체가 반도 안 나간 것 같다. 자대 출신 노교수님의 파행? (++ 필기가 너무 충실한 탓에 확인된 교재는 올해 OUP로 출판사를 바꿔 신판이 나왔다. 잠시 열어 보니 교재는 참 잘 고르셨다. 보통의 물리학 전공 교재들과는 달리 독학도 가능할 정도로 예외적이다.)
vision이라고 꼭 random variables을 공부할 필요는 전혀 없다. 이유도 모르고 순전히 지도교수님 명령으로 전자공학과 가서 배웠지. 유일하게 강조하셨던 과목. 하다 보니 기계공학과의 filter는 알아서 할 수밖에 없었고. 물론 나중엔 이유를 너무 잘 알게 되었으나. 그리고, 세월이 흘러 수학철학 박사님과 확률철학 세미나를 할 때 날아다녔다. 😎 그때만 해도, 참 운명처럼 느껴지네, 조금 신기하곤 했었는데. 이제, 전부 악마의 손아귀처럼 느껴진다. 😶
열역학(란다우 이론)이 물리학의 현상학이었다! 😵
++ 이 비유는, 그동안 현상학들이 공유하는 기본 개념어 몇 가지의 기초적인 의미조차 파악하지 못해 괴롭던 나에게 처음으로 현상학이란 이름의 한 장의 이미지를 주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건지", "괄호치기가 뭐하자는 건지", 감이 왔다. 내용은 다 잊었어도 수업을 듣긴 들었나 보다. 펠만을 읽기 시작한 덕인지 몰라도. 문제는 이쪽으로는 과학철학 방면인데, 예술철학 쪽으로는 어떻게 되는 건지 여전히 캄캄인 걸 보면, 미학 이론들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학부 물리학에도 못 미칠 만큼 아직도 부족해서가 아닐까? 😥습득까지는 못 해도 닥치는 대로 쏟아붓는다고는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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