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February 03, 2021

Wertlehre 가치론

Johannes Hessen (1959) Lehrbuch der Philosophie Band 2: Wertlehre 국역 이강조

“가치 문제의 취급은 어떤 특수한 과제를 완수해야 하기 때문”에 가치론은 철학 교과에서 독립적이고 그 자체로 완결된 것이다. “오늘날 이러한 문제를 다루고자 하는 사람은 정말 수많은 혼란된 방향과 관점에 그 자신이 대립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가 이 해당 저작에 몰두하면 할수록, 그는 더더욱 이 저작 모두가 어떤 일정한 학파의 관점에서 서술되었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우리들에게 말하자면 상이한 여러 학파의 관점에 관해 어떤 공통의 기반을 얻고자 하는 저작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p. 11)

이 엄청난 낭비라고밖에 할 수 없는 시간 소모에 마흔 넘어 의대는 우스운 서른 넘어 공대라는 미친 선택을 하게 했던 독학의 비효율이 되풀이되고 있다. 우울증은 필연이다. 도대체 백 년 동안 뭣들 하고 계신 건지 원망을 훌쩍 넘어 복수심이 맺히려고 한다. 지난 9년 동안 물들지 않으려고 날마다 노력했다. 떠나왔던 세 분 공학 교수님들의 칼같은 시선과 말씀들이 뼈에 박혀서 언제 어디서고 따라다녔기에 가능했다. 절대 물들지 말자. 그러려면 욕하지도 말고 아예 보지도 듣지도 말자. 그만큼 단단해진 좌우명이 울화병이 되었다. 

1959년의 개정판을 번역한 이 책은 현재의 철학도에게 추천할 만하지는 않다. 저자가 제시하는 철학이란 학제의 구성 체계도 학파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아주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삽질 대마왕 나조차 굳이 읽어야 하나 여러 번 망설였다. 그러나 먼저 Werkmeister (1970) 국역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김영정 (2005)에서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부족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데 뜻밖에 이 1판 서문(1948)이 절치부심하던 마음을 달래 주는 것이 아닌가... 필요보다는 위안을 주는구나 싶었는데...  

“가치론에 있어서 현상학적 방법은 특수한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여기서는 일체가 올바른 "가치 직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가치 직관을 통해서 분석적 및 종합적 사유가 활동할 수 있는 재료를 비로소 얻을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사유는 직관된 것을 그것의 계기(契機)로 분석하고, 그리고 나서 필연적 정초 관계를 드러내고, 마지막으로 전체를 종합적으로 정돈하여 통일하게 되기 때문이다.” (p. 24)

다음부터가 대박인데, 아무튼 작년부터 이 겨울을 다 바쳐 Kant - Herbart - Lotze - Brentano - Meinong, Ehrenfels - Rickert, Scheler - Hartmann 이라는 계보라기보다는 연결선의 상황적 의미를 겨우 알아채게 되었다. 그동안 개별 텍스트들이 용어사전이든 고전 원전이든 핸드북이든 해설서이든 도통 읽히지가 않아 밑 빠진 독같았는데 비로소 밑을 메꿨다. 독일어 텍스트들에서 얻은 결정적인 키워드들을 소화하지 못해 Putnam에까지 길이 꼬이는 종횡무진 와중이라 정작 각각의 본론에는 "물론" 들어가지도 못했지만. 처음엔 Ehrenfels에 관한 한글 문서가 달리 없어 시작되었고, Bense와 Dufrenne의 공통 분모라 여겨져 핑계를 삼았지만, 실은 Hartmann에게 설렘을 느꼈던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는. 좌우간 이 후련하지도 가벼워지지도 못하게 미칠 듯 지나버린 시간을 어쩌란... 울화가 다시 돋아난다. 이 5분이면 정리해 줄 수 있는 가닥을! 나도 이 지역 전통에 따라 절대 안 가르쳐 줘야지. 하나만 그냥 물들자. 유료로 몇 년씩 서럽게 얻은 것들 무료로 단번에 선뜻 나누며 살았는데 이제 곱게 분위기 맞춰 줄게. 


+ 다시 칸트가 갑이다. 
+ 서광사에 많은 빚을 졌지만, 신뢰는 깨졌다. 
+ 이러고 베르그손 마저 읽고 싶으면 졸업은 날아가나? 

++ 아니! 절대 물들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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