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May 01, 2016

like water

明心寶鑑 - 제8편 戒性篇 (성품을 경계하는 글):
景行錄云 人性이 如水하여 水一傾則不可復이요, 性一縱則不可反이니,
制水者는 必以堤防하고 制性者는 必以禮法이니라.

《경행록》에 말하였다. “사람의 성품은 물과 같아서 물이 한번 기울어지면 회복할 수 없고 성품이 한번 방종해지면 바로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니, 물을 제어하는 것은 반드시 堤防으로써 하고 성품을 제어하는 것은 반드시 예법으로써 하여야 한다.”

용돈과 세뱃돈을 모아 태어나서 처음으로 심부름으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산 물건이 두 권의 책, [명심보감]과 [니벨룽엔의 반지]였다. 나에게는 거금이었던 돈을 나만의 선택에 의해서 쓴다는 긴장감, 책임감, 설렘 같은 것들 때문에 굉장히 신중하게 골랐다. 전용 서점이 아니라 동네 아파트 단지 옆 상가 건물 1층에 있던 문구점이었는데, 서가에 쌓여 있던 먼지와 다른 손님들로 인한 복작거림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결정은 금방 하고, 그러고 나서 한 시간 넘게 망설였다. 계산할 때 거스름 돈을 제대로 받았는지 여러 번 확인했던 것이 기억난다. 설날이 지난 연초였고, 초등학교 3학년으로 올라가기 직전, 만으로 8살이었다. 그 전에는 '명심보감'이란 말도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책 속의 소개글을 보고 마음이 끌렸던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동양과 서양이라는 구분이 이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각기 한 권씩 선택하는 것이 꽤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부모님은 내가 그런 조선 시대의 유산을 골라온 것이 환경상 뜻밖이라고 여기셨는지 의아해하셨다. 당시 아이들 사이에서는 레고 블럭과 바비 인형이 유행했었다. 나는 명심보감에서 간접적으로 묘사된 위계적 인간관계가 너무나 낯설어서 꽤나 많은 추리를 해야 했고, 시대 변화라는 것을 그런 단어는 몰랐겠지만 최초로 인지하게 되었고, 아이인 나를 충분히 존중해 주는 부모님에게서 태어난 것을 무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옛날에 대해서 아름다움을 느꼈다. 서로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로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도.


아래는 요즘 많이 와닿는 구절. 책을 많이 읽고 말 잘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용서하고 정당화하는 데 지식들을 쏟아 붓는 모습들을 많이 보면서 한동안 배움에 대해 회의감에 빠졌었는데, 조금 오래 지켜보니 사고력이 없기 때문임을 알겠다. 대신 가진 게 많다는 공통점이 있는 걸 보면 아쉽지 않아서 그러는 것 같다. 이미 얻은 것도 굳이 잃곤 한다. 보통은, 특별히 정의나 윤리, 도덕을 이론적으로 따져서가 아니라도 일단 잘 살기 위해서라도 힘껏 많은 생각을 하면서 살아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나의 이익을 위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애쓰고 나의 기쁨이 남에게 고통이 되지 않도록 하는 연습을 늘상 하면서 사는 사람들 눈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쉽게 구별되는 편이니까. 조금은 살 만한 방도가 있는 세상이다. 물론 지위와 재력은 여전히 잘 통할 테니 우월하신 분들은 어떤 식으로든 잘 사시겠지만.


明心寶鑑 - 제7편 存心篇
爾謀不臧이면 悔之何及이며, 爾見不長이면 敎之何益이리오.
利心專則背道요, 私意確則滅公이니라.

너의 꾀가 좋지 못하면 후회한들 어찌 미치겠으며, 너의 소견이 좋지 못하면 가르친들 무엇이 이로우리오? 자기 이익만 생각하면 도에 어그러지고, 사사로운 뜻이 굳으면 公을 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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