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ugust 08, 2009

Ruvido Ed Ostinato 루비도 에드 오스티나토

여행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가면, 
다다른 그곳이 아닌 자신이 떠나온 곳을 느끼게 된다고 하죠. 

오로지 살아 있음에 대해 주체없이 눈물이 흐르던 밤. 
내가 떠나왔기 때문임을 알았어요. 

몰랐어요. 
나한테 이렇게 두터운 껍질이 있었는 줄은. 
무거운 줄도 답답한 줄도 모르고 참으로 가뿐히 지냈다는 것에 놀랐어요. 
다시 이 껍질을 입어야 한다는 것이 처음으로 무서웠어요. 

당신의 손이 차가운 것은 내 손이 뜨겁기 때문이듯이, 
당신의 눈빛이 따뜻했다면 내 마음은 시렸겠지요. 

내 너무 뜨겁다, 너무 여리다, 너무 질기다... 탓한들 무슨 소용일까요? 
그냥 이리 생겨 먹은 것을요. 

거칠고 집요하게 해 주세요. 
내 안의 거침과 집요함이 느껴지지 않도록. 
정말 몰랐는데 생각보다 난 둔감하더라구요. 
그러니까 더 거칠고 집요하게 해 주세요. 

전쟁 중에는 자살하는 사람이 없다더군요. 
그러니까, 알겠죠? 이쯤은 내겐 아직 부드럽고 느긋해요. 
더 거칠고 집요하게 해 주세요. 

욕심 부리고 싶지 않아요. 
도망가지도 않아요. 
난 그냥 살고 싶었어요. 나인 채로. 


히나스테라 피아노 소나타 1번 4악장 거칠고 집요하게 
Alberto Evaristo Ginastera (1952) Piano Sonata No. 1, Op. 22, iv. Ruvido Ed Ostin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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