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연정(戀情)이란, 일종의 에너지의 원천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력을 발생시키는 자성체처럼. 그 자체로 generator가 되는 무엇. 그래서 무엇을, 얼마나 발생시킬지 사랑은 정해 주지 않는다. 조건만 따져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제어가 없으면 모든 것을 파괴할 수도 있다.
검(劍)에는 살검(殺劍)과 활검(活劍)이 있다 한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에는, 살검은 알아도 활검은 무엇인가 했다. 생명을 죽이는 검이 아닌 생명을 살리는 검을 쓰는 것이 무도(武道)라고 한다. 무(武)라는 글자를 살펴보면, 창(戈)과 같은 무기(武器)로 병란을 막아 그치게(止) 한다는 뜻이다. 부수고 없애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치고 살리기 위해서 굳고 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무기를 쓴다는 것이다. 물건의 쓰임은 애초에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쓰기 나름이다. 하물며...
찌르고 베는 검으로 생명을 살린다는데, 하물며 생명을 낳고 기른다는 사랑으로 자신이든 타인이든 해치고 망쳐서야... 제 품의 사랑으로 강하고 부드럽고 넓고 따뜻한 기운을 만들지, 또는 약하고 거칠고 좁고 시린 기운을 만들지, 각자가 쓰기에 달려 있다. 누군가에 대한 정으로 그의 미래를 잡는 덫을 놓을지, 아니면 그의 인생에 날개를 달아 줄지, 하기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나는 어떠한 검을 익히는 걸까? 익히고는 있는가? 그저 어린아이가 제 몸에 버거운 검을 잡고 설치는 것처럼, 그렇게 무작정 휘두른 적은 없었나? 서투른 몸짓, 섣부른 욕심에 내가 다치고 남을 다치게 하지 않았나?
칼이 사랑이 되듯, 사랑이 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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