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December 20, 2008

길 위의 길 a way on a way

길이 없는 곳을 걷다가 다시 이미 만들어져 있는 길로 들어서고 보니, 안락하기도 하지만 만만치 않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잊어 버릴까 봐... 원래 내가 바라보던,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머릿속에 그리던 곳을. 

어느 날 식탁 앞에서 실성한 사람처럼 뱉었던 말이 단지 철늦은 치기로 전락하지 않도록. 밤새 주체할 수 없는 의욕에 지쳐 지도 없는 나침반을 다시 챙기면서 하던 다짐이 그저 손쉬운 자기 위안에 그치지 않도록. 

이르고 얻는 것보다 열 번, 열한 번, 열두 번... 뛰어오르는 것이, 그렇게 수없이 아무 것도 잡지 못한 주먹을 펴더라도.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은 재미가 없잖아. 다시 올려다보고 계속 발을 구르겠다고. 비웃음을 사더라도 그렇게 살겠다고. 

하지만 자리에 주저앉아 고개를 숙이고 조는 동안에는 길 위의 길도 길 밖의 길도, 무엇도 내 길이 아니다. 지금 나는 어디에도 있지 않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