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January 28, 2006

Newcastle Brown Ale 뉴캐슬 맥주

본래 술을 많이 즐기지 않는 데다가 맥주를 마시면 몸이 차가워지는 느낌이 들어 자주 마시지 않는다. 그런데 몇 년 전 동생과 함께 간 바에서 이름에 이끌려 주문한 뉴캐슬(Newcastle Brown Ale)을 마시고 그 순간부터 팬이 되었다. 한국인의 입맛에는 대개 맞지 않는지, 내 호들갑에 호기심이 발동하여 맛본 이들은 화학약품을 마시는 것 같다며 고개를 젓는다. 그래서인지 이 술은 국내에서는 맥주를 주종으로 하는 술집에서조차 잘 팔지 않아, 나는 맥주집에 가게 되면 뉴캐슬이 메뉴에 있는지부터 우선 확인하고 본다.


full-flavored, yet easy to drink

'깊이 적시고 시원하게 잘 넘어간다'는 말은 광고문구를 의역한 것이 아니다. 뉴캐슬을 마실 때마다 감탄사와 함께 되뇌이던 말이었다. 그 맛을 알고 난 후에 문구를 보니 선전이라기보다는 설명 같다. 뉴캐슬은 "Newky Brown", "The Nuke(핵잠수함)" 등의 별명으로도 불린다. 다른 맥주들을 마시면 뭔가 휘익 지나가 버리고 마는 듯 한데, 뉴캐슬은 시원하게 짜릿함이 오래도록 남는다. 뉴캐슬은 다른 맥주보다 차게 마셔야 제 맛이라고 한다. 쉽게 데워지지 않는 잔에 거품이 가득 넘치게 따라야 한다고. 나로서도 어중간하게 서늘한 뉴캐슬은 상상도 하기 싫다.

제조 과정 중 이스트(Yeast) 발효단계에서 정확한 온도와 ph를 유지하는 것이 양조기술의 핵심이라고 한다. 이 부분에서 뉴캐슬 흑맥주는 전통의 노하우를 자랑하고 있다. 엿기름(;맥아, malt)보다 싼 설탕을 쓰는 이유도 이스트의 발효를 활성화시키는 그들만의 비법을 고수하기 위함이라고 당당히 밝히고 있다.



1927년 시판된 뉴캐슬의 상표에는 홉과 보리가 그려져 있었다. 숫자 8 모양으로 배열된 메달은 1928년 영국에서 열린 국제 양조 박람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삽입되었다. 푸른 별은 영국 최초로 양조업을 상업화한 지역인 뉴캐슬에 설립된 다섯 개 양조장을 상징한다. 1940년대에는 2차 세계대전으로 종이를 절약하기 위해 상표의 크기를 줄였다고 한다. 1988년 한 호주인의 브랜드 매수 시도에 반하여 '우리가 최고의 자리를 지키자 (Keep Us on Top)'는 표어를 내걸고 캠페인을 전개하여 결국 영국의 자국 브랜드를 지켜 내었는데, 그 해의 상표가 거꾸로 부착되어 있는 것은 그러한 시위의 일환이었다고 한다. (cf. takeover bid:【증권】매수(買收)를 노리는 기업 주식의 공개 매입) 가히 브랜드의 역사를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는 상표(label)라 하겠다.

뉴캐슬의 생산지는 잉글랜드 동북부에 있는 Newcastle upon Tyne이다. 뉴캐슬은 1927년 The Newcastle Breweries Ltd. (후에 Scottish and Newcastle가 인수함)의 Jim Porter가 3년간의 개발 끝에 만들었으나, 그 뿌리는 17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캐슬 지역은 영국에서 최초로 양조를 시작했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대표적인 술(맥주)의 고장이다. 또한 조선, 광산, 제철 산업이 중심인 노동자의 고장이기도 하다. 여기서 짐작할 수 있듯이 뉴캐슬 축구 팀(뉴캐슬 유나이티드, Newcastle United F.C.)은 영국내에서도 알아주는 강팀이며, 전통적으로 스포츠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이 열광적이라고 한다. 뉴캐슬에서는 맥주를 개(dog)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술집에 간다'는 말을 '개를 산책시키러 나간다'고 완곡하게 표현했던 데에서 유래한다. 해장술을 영어로 a hair of the dog이라 부르는 연원을 오늘에야 알았다.


Newcastle Brown Ale is my one and only favorite beer!

산업혁명 시기 (어쩌면 지금도) 탄광 노동자들이 고된 하루를 동네 선술집에서 한 잔의 맥주로 마감하며 피로를 풀었을 것을 상상하면, 한국의 내가 부담스러운 가격의 외국산 맥주 뉴캐슬을 사치하는 기분으로 마시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S&N은 Baltika, Kronenbourg, Foster's 라는 세 개의 맥주 브랜드를 더 가지고 있다고 하니, 한 번 마셔보고 싶다.

미국의 영화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 Clint Eastwood도 가장 좋아하는 맥주가 뉴캐슬이란다. 이스트우드 아저씨, 나랑 한 잔?


cf.
wikipedia: Newcastle Brown Ale




  • bong 2006/02/08 09:05 # 삭제 답글

    화학약품같은 맛이라 하니... 첨으로 버드와이저 마셨을때 딱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뉴캐슬 함 마셔봐야겠네.
  • aidos 2006/02/08 16:44 # 수정 삭제 답글

    아무래도 일단은 흑맥주니깐. :) 마셔보고 느낌이 어떨지 궁금하다.
  • mini 2006/12/19 14:53 # 삭제 답글

    뉴캐슬 브라운 에일, 유명하면서도 부담스러워 아직까지 한번도 시도해 본적이 없는데 어떨지 궁금... 여기(PA)는 특이한 주(酒)법 때문에 바에 가지 않으면 한 박스 (24병) 단위로 밖에 사지 못하는데다 이건 영국 "수입" 맥주라 특히 더 비싸기 때문에 쉽게 시도하기가 어려워서... 진한 맛의 맥주를 즐기는것 같은데 혹시 기회가 된다면 Sam Adams Boston Lager를 시도해 보기를 권함. 한국에서 구하기 쉽지 않을것 같지만 Sierra Nevada Pale Ale과 함께 개인적으로 제일 즐기는 맥주중 하나.
  • aidos 2006/12/21 22:57 # 수정 삭제 답글

    왜 법이 그럴까요... 근데 거기선 뉴캐슬 얼마쯤 해요?
    둘 다 미국 맥주인 것 같은데, 바에 자주 가시나 봐요.
  • mini 2006/12/22 13:45 # 삭제 답글

    법은 아마도 1930년대의 소위 "금주법(Prohibition)" 잔재인것 같아. 바와 음식점은 주류 취급 허가 같은걸 받아야 술을 팔수 있고 그 외 grocery 같은데는 일체 주류를 팔수 없게 되어있어. 그래서 맥주는 beer distributor에서만, 그것도 24병 박스 단위로만 팔수 있고 와인을 비롯한 다른 주류는 주 자체 Liquor Control Board에서 운영하는 Wine&Spirit shop에서만 팔아. 바에는... 두어번쯤 가 봤나? 꽤 비싸니까 (귀찮기도 하고 -_-a) 대개 바에 가지 않고 beer distributor에서 박스채로 사 놓고 마셔. ㅋㅋㅋ 바 안에서는 한병씩 사 마시거나 tap에서 draft glass로 살수 있지만 "take-out"을 할때는 6-pack으로 판다네. Tap에서 받는건 한국과 달리 병맥주와 맛이 거의 같아. 보통 바 마다 5-6개 다른 맥주의 tap이 있으니까 골라 마실수도 있고. 뉴캐슬은 beer distributor에서 한 박스에 $35 정도. 한병에 1500원쯤 되겠네. 바에서는 몰라, 가본적이 없어서. ^_^ Sam Adams와 Sierra Nevada는 미국 맥주 맞아. 각각 보스턴과 캘리포니아에 만든다네. 버드와이저/밀러 같은 소위 macro-brewer와는 달리 micro-brewer 또는 craft-brewer라고 해서 소규모로 맥주를 만들어 근방에 공급하는 맥주회사들이 엄청나게 많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유명하기로 1-2위를 다투는 회사/상표가 이 두개 라네. 너무 유명하고 잘 팔려서 이젠 micro-brewer라고 부르기 힘들 정도로 규모가 커졌지만 그래도 성격은 바뀌지 않아서 여전이 micro-brewer로 통한대.
  • 아! 2008/07/17 11:05 # 삭제 답글

    리버플에서 처음 맛보았던 뉴케슬

    완전 감동이였음!!

    한국에서는 보기 힘들더군요...
  • 방주 2011/05/11 23:27 # 삭제 답글

    올 겨울 뉴캐슬로 가려고 했는데.. 영어선생님이 뉴키 브라운을 추천한다고 하시던데 이것이었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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