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이랄 것까지는 없지만 음악 외의 기억들이 많아진 음악. 특히 슈피겔 임 슈피겔.
어릴 땐 엄마가 청소하는 동안 거실에 자주 울려서... 뭔가 그 시절 십 대다운 결벽증적 완벽함에 대한 추구랄까? 그리고 예민한 연약함들로 인한 내장의 긴장이 생각난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오래 앓는 날 위로해 주려던 푸코 교수님이 아마 없는 줄 아시고 구워 주신 씨디. 그 날 밤 몇 년만에 처음 들은 음악이 이 곡이었다. 울지 않았다. 숨을 좀 쉬었다. 이후로 다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고.
교수님 프로필/연구실 그림. 처음엔 힌 옷 입은 사람이 누워 있길래 강 위의 오필리어인 줄 알았다는... 첫 날은 정신이 없어서 못 보았고, 한참 뒤 두 번째 갔던 날, 왠지 엄청 화나신 것 같은 교수님께 왜 그러시냐고 여쭐 수도 없고 내가 원인이 될 리도 없어서 하릴없이 두리번거리다 실물을 보게 된 그림. 바람이 없는데 바람이 인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있는 그런 느낌과 동시에 떠오른 이 곡. 그 이후로 그림을 볼 때마다 이 곡이 함께 자동재생된다. 또 궁금해서 미치겠는 의문이 있는데, 뭐 일반 정상적인 대학원 한 학기 강의 들은 교수님 정도와 같은 관계에 불과하고 몇 번 뵌 적도 없으니, 여쭐 기회가 없겠지.
그리고 지난 수요일. 처음으로 오라 가라 하시기에 이 분이 이젠 나를 제자로 여기게 되셨나, 기대는 말자 하면서도 시간에 쫓겨 별 생각할 여유도 없이 뵈었을 때. 분통까지는 아니시더라도 짜증은 엄청 나셨을 줄 알았는데, 마치 선산의 도승처럼 고아한 분위기셔서 도리어 어리벙벙. 참 이 곡을 배경에 깔아 드리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그러고 보면, 나만 없으면 일상이 이런 주제곡 같으실 분인데, 어디서 그런지(grunge) 같은 놈이 굴러와 엉겁결에 받아 줬더니 말을 처듣나 말귀를 알아먹나, 조용한 듯 시끄럽고, 순순한 듯 순 골칫거리였다고... 물론 내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스토리가 있지만. 헐벗고 굶주리고 계속 방치되어 서러운.
왜 이런 여유작작이냐면, 주말 내리 처자고, 역시 노화로 인해 무리는 무리였구나 (이번만큼은 우울하다기보다 죄스럽던 중) 혹시 중병에 걸렸나 무섭다가도 아무래도 정신적 패배가 아닐까 괴로웠는데 다행히 월경이었다. 월경이 갈수록 중태야. 문제는 위장 상태를 보아 하니 (드신 것도 없는데) 월요일인 오늘도 별로 시간 효율이 없을 예정이라 마음이 천 근. 이쯤되면 교수님께도 전황 보고를 해야 하는 거 아니야? 패색이 짙으니 후퇴를... 돈 안 내면 아직 청구 안 되는데. 5월아, 오지 좀 마라. 아플 시간이 없는데 미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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