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데드라인이 닥쳐 심한 몸살에도 밤을 새우던 몇 날, 식은땀을 쏟고 쑤시는 등을 뒤틀며 새우잠에 악몽에 시달렸어. 일주일 동안 지칠 여유도 없이 매달리는데 부족한 능력마저 제대로 뽑아내지 못하는 게 더 속상했지. 그러는 중이었잖아, 다른 때도 아닌. 혹시 몰라. 고되서, 너무 달려서, 너를 악물었던 적이 있는지도.
우리 이제 십 년이 다 되었나? 솔직히 처음엔 반갑지 않았어. 두려웠고 조금 긴장도 되었지. 앞으로 어찌 될까 설레이기보다는 걱정이 더 많았어. 들리는 말이 아프다길래. 누구는 전혀 아프지 않지만, 누구는 많이 아프다길래. 누구는 금방 끝나지만, 누구는 오래 고생한다길래. 누구는 애초에 비껴간다길래, 나도 그랬으면 했었거든. 한 사나흘 지긋한 무게로 눌러와 밤잠 설치게 하고 아무래도 내일은 병원에 가야겠다 결심하면, 어느새 소르르 풀어지던 너. 잘 보여주지도 않는 네 속내 꼼꼼히 살피며 언제 다 풀릴까 긴장의 끈을 놓지 않다가도, 그리 며칠 지나면 어수룩이 안심하던 나.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이야. 내가 네게 익숙해진 게.
잇몸이 사탕만큼 부어 이를 다물기는 커녕 입도 다물지 못한 닷새 동안, 네 생각을 참 많이 했어. 이렇게까지 힘들게 한 건 처음이었으니까. 왜 십 년 만에 새삼 이런 아픔을 주는지 의아했어. 나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싶은 고난은 잘 참는 사람이었나? 아니면 내 생활에 정신이 팔려 네가 그 난리를 치는데도 무시할 수밖에 없었던 건지... 숨이 가빠지는 통증 속에서도 사람들과 웃으며 이야기하고 밥도 잘 먹었어. 한밤 운전할 때 미친 사람처럼 신호위반을 해대긴 했지만. 알아. 몸도 가누지 못하고 바닥을 구를 정도로 더 심하게 할 수도 있었다는 것. 그래서 더 이상했어. 왜 딱 그만큼, 참을 수 없을 만큼이 아닌 참기 힘든 만큼만 아프게 하는지.
처음에는 버릴 수 있었어, 너 때문에 불편하고 불안하기만 했던. 갑자기 찾아와 의연하려 애쓰는 내게서 커다란 눈물 방울을 뽑아내던 얄궂은 너였으니까. 그때는 버릴 수 있었거든. 이제는 불편함마저 익숙해져서 더 이상 불안하지도 않고, 나보다 네가 불편한 게 더 신경이 쓰이는데. 너를 위해 미리 준비하는 때도, 그러지 못해 후회하는 때도 있는데. 말 한 적은 없지만, 네 작은 신호도 모조리 다 읽게 되었는데. 네가 내 몸인데. 우린 한 몸인데.
오랜 무관심에 지쳐 쌓인 분을 폭발시키는 연인처럼 앙칼지게 쏘아붙이는 네가 얼음보다 더 시리고 불보다 더 아려서 애가 탔어. 발을 굴렀어. 핏물이 하염없이 쏟아져 비현실적인 공포감이 차오를 때에는 원망도 했어. 그래서 알았어. 널 버리고 싶지 않다는 걸. 전에는 버릴 수 있었는데 이제는 아니라는 걸 알았어.
그래도 네가 용서해 주리란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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