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December 21, 2021

art criticism, not methodology

아카데미아 내부 시스템을 통해 리뷰 요청 이메일이 와서 삭제하려고 보니 어쩐지 제목이 너무 걸려서 열어 보았다. 그럴 여유가 없어야 정상인데 만신창이 상태다 보니 오히려. 포틀랜드 주립대학 교수, 라틴 아메리카 출신. 처음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내용을 학술 논문이라기보다 에세이 식으로 쓴 것 같아서 학생의 눈이 아닌 평생 예술 관객의 입장에서 편하게 공감하며. 그런데 곧 뜻밖으로 그동안의 괴로움과 관련된 문제들이 하나둘씩 나와서 완전 집중하게 되었다. 저자가 출판하기 전의 논문이라 인용할 수는 없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교수님을 조금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우선, 예술사와 학술 분야들에서 예술 비평에 방법론을 요구하지만, 비평은 발레리 이후로 형이상학이라는 것. (여기서 메타피직스란 철학의 분과가 아닌 개별 예술 작품에 고유한 존재론으로 이해한다.) 물론 몰랐던 건 아니다, 발레리는 지금 상황에서는 한심스럽게도(벤제에게도 중요하므로) 잘 모르지만. (어릴 때부터 국내 공인 최고 평론가들의 글을 읽고 자랐다. 집 안에 굴러다녀서.) 하지만 나는 줄곧 교수님의 전공은 비평이 아닌 비평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차이가 내 문제에서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방법론은 독학으로나 다른 교육 기관/활동에서나 교양 강의나 심지어 학부 과정에서도 결코 익힐 수 없다. 모든 전공에서, 실기이든 이론이든, 방법론은 오직 도제 관계를 통한 일대일 수련으로 전수된다. 리뷰를 시키고 그 리뷰를 리뷰해 주는 방식으로. 다만 교수님 스타일에 따라 군대식으로 살벌하게 진행하든, 피자 나눠 먹으면서 뉴스나 전날 스포츠 게임 이야기 하면서 화기애애 진행하든, 분위기만 다를 뿐. 방법론을 먼저 충분히 익혀야 사전 작업을 넘어 실제로 본인 연구를 시작할 수 있다. 내가 어떻게 달리 이해할 수가 있었겠나... 다른 협동과정들에서도 미디어학과에서도 철학과에서도 심지어 국문학과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확인했었는데. 미대에서도 한다. 리뷰할 목록을 알아서 만든다는데도 못 하게 하셔서. 난 자격조건상 결국 절대로 제자가 될 수는 없다는 뜻인 줄로만 알았다. 마스터 클래스 같은 것으로 여기길 바라시나 했다. 마음만 힘든 게 아니었다. 각설이가 서럽기만 한 게 아니듯. 

아직도 다 이해한 건 아닌 것 같은데, 내가 무엇을 오해해서 서로 연결되지 않는 경험들을 억지로 이해하려다 보니 전부 잘못 받아들였다는 것을 알겠다. 방법을 정하지도 익히지도 않았는데 마음대로 쓰면 된다는 건 자유라는 이름의 다른 것이라고밖에는... 연구대상과 연구방법을 포함한 내용을 이미 가지고 있다면 교정은 박사라면 전공 무관하게 봐줄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 이유가 그렇지 않나... 모든 논문이 자기 방법론을 정의하면서 시작하고 그에 기반한 자기 평가로 마치니까. 심지어 초딩도 보고서에 "연구방법"을 쓴다. 

쓰기가 일반 전공에서처럼 내용과 긴밀하지만 독립적인 기술(technic)이자 패러다임의 문제가 아닌가 보다. 여기서는 쓰기가 방법론의 문제가 아닌 방법 자체였나 보다. 

이러니 졸업을 못 하지. 그리고 이젠 늦은 듯. 그동안 어찌 느끼셨을지 짐작만 해도 끔찍하다. mea cul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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