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December 09, 2006

CHANEL CHANCE 샤넬 샹스

CHANCE Eau de Toilette
Vaporisateur Spray 1.7 FL.OZ.
CHANEL


기회(chance)를 믿는 사람들에게 행운이 온다


가브리엘 샤넬: "당신이 날개를 가지고 태어나지 못했다면, 날개가 자랄 수 있도록 하세요."

방에 있던 조그만 향수 샘플 두 병을 그냥 버리기가 아까워 몇 년 째 가지고만 있었다가, 올해 초부터 장난 삼아 몇 번 사용해 본 것을 시작으로 어느새 외출할 때 그냥 나가면 뭔가 허전함을 느낄 지경이 되었다. 습관이 무섭다더니. 두 향수 모두 밋밋하고 차분하여 부담이 없었던 것이다. 내가 향수를 꾸준히 쓰기 시작하자 어머니는 역시 어디선가 흘러들어와 있던 샤넬의 향수 CHANCE를 내게 주셨다. 본래 브랜드 매니아도 아닌데다가 특히 샤넬은 내 취향과 그다지 맞는 편이 아니라고 생각해 왔다. 파리 핑크를 연상시키는 진한 분홍빛에 펄이 들어간 케이스. 역시 너무 노골적이야... 하지만 묘한 이끌림은...?

나는 찌르는 듯 강하거나 긴장감을 주는 향은 싫어한다. 그래서 진한 플로럴 계는 나와 맞지 않는다고 여겼었다. 한두 번 조심스레 시도해 본 CHANCE는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 만큼이나 강렬하고 화사했다. 예상했던 바였기 때문에 새삼 실망스럽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건 아니다' 라고 잘라 버릴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일단 놀랐던 것은 향이 시간이 갈수록 변해간다는 사실이었다. 처음 수 분 동안이 특히 심하기는 하나, 심지어 수십 분이나 착각인지는 몰라도 몇 시간이 지난 후에까지 그 변화가 느껴질 때면 신기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 화사하고 강렬한 향은 밖으로 퍼져나가는 반면, 부드럽고 따뜻한 향은 오히려 안으로 모인다는 것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후자이다. 나는 바닐라, 코코넛, 살구, 복숭아 등의 향을 좋아한다. 은은한 달콤함. 편안하고 식욕이 돌면서, 마치 샤워 후 잠들기 직전처럼 평화로운. 베이비 파우더 같은 향을 좋아하는 것이다. 하지만, 흔히들 성숙한 여성에게서 기대하는 색은 다르다. 내가 현재 직장인은 아니지만, 어쨌든 밖에서는 주로 일로 사람들을 만난다. 만만해 보이기보다는 세련되고 에너지가 넘치는 듯 보이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므로 내게 CHANCE는 이중의 효과를 주는 놀라운 향수이다. 타인에게는 화사하게 어필하고 자신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그동안 향수에 무지했던 나는 CHANCE에 대한 만족감 때문에 여기저기 뒤적여 보면서 향수에 대한 기초지식 몇 가지를 알게 되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내가 쓰고 있는 제품은 오 드 뚜와렛으로 향수(perfume)가 아니다. 퍼퓸을 희석시킨 것으로,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목욕 후 사용했다는 유래가 있다.

CHANCE의 parfum (fragrance)의 주원료는 화이트 무스크, 히야신스, 시트론, 핑크 페퍼, 쟈스민, 후레쉬 베티베, 아이리스 정수, 앰버 패츄리라고 한다. White Musk, Hyacinth and Citron, Pink Pepper, Jasmine, Fresh Vetiver, Orris Absolute and Amber Patchouli.

조향사 자끄 뽈쥬(Jacques Polge, the nose of CHANEL)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향기의 별자리를 만들어 냈다. ‘예상치 못한 조향’이란 그 개개의 향을 구별할 수 없도록 특별히 고안된 신비한 조합의 결과로, 끊임없이 변하는 향기, 매 시각마다 달라지는 향기를 말한다.

가브리엘 샤넬: "Chance는 내 영혼이다."

'한 남자에게만 여자이고 싶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사실 그것은 하나의 소망으로, 내면의 여성성이 평생 동안 간직할 비밀 같은 것이기도 하다. 솔직히 내가 여자로 다가갈 한 남자보다 그 한 남자에게만 여자가 되는 나 자신이 더 귀중하고 근사하게 여겨지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 한 남자란 일생을 거치며 변할 수 있겠지만, 매 순간 세상에서 그는 오직 한 사람 또는 0 사람이다.

남들과 경쟁하고 남에게 인정받아야 하는 시기가 오면서, 나의 그러한 소망은 내게 불이익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것이 단지 바람 차원에서 멈췄더라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나는 그것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했던 것 같다. 실제로 일 관계로 사람을 만날 때 바지보다 치마를 입는 것이 몇 배나 더 성공적이라는 것을 체득했다. 그러한 사실을 씁쓸하게가 아니라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것에는 노력이 필요했다. 어리석은 결벽증은 비효율적이다. 융통성을 가진다고 해서 본질을 포기하는 것이 아님을 나는 아주 늦게 깨달았다. 그런 이후로 샹스를 알게 되어 더욱 좋아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The CHANCE woman knows how to follow her instincts, to have confidence in her strengths and to accept her weaknesses. She does not try to be seductive, but everything she does makes her extremely sexy.

어쩌다 보니 내 이름 명자를 내걸고 하는 일로 서툴게나마 걸음을 내딛고 있다. 주어지지 않은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은 도박이고 또 그만큼 전율이다. 타인의 무시와 세상의 냉소보다는 스스로 모자란 자신을 느끼고 앞으로 아무런 보장도 없음을 아는 것이 더 힘들다. 이제 기회를 얻기 위해 애쓰는 것보다 기회가 주어질 때를 위해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안팎이 판이하게 다른 향을 내는 샹스, 시간에 따라 변화를 거듭하는 샹스는 일종의 거짓말이고 위장이고 분투이다. 하지만 거기에 속임수가 있음을 상대가 알 수 있다면, 여전히 공정한 플레이가 아닐까? 피곤하게 여겼던 것들이 이제 가끔은 멋있게 생각된다. 나이를 먹었기 때문인가 보다.

Gabrielle CHANEL: "Un monde finissait, un autre allait naître. Je me trouvais là ; une chance s’offrait, je la pris. (One world was ending and a new one was about to be born. I happened to be there; a chance came my way and I took it.)"

향수병은 정원에 가까운 원형으로 단순하고 세련미가 있으면서도 여성스럽다. 아트 디렉터인 자끄 엘뤼(Jacques Helleu, the eye of CHANEL)가 디자인했다고 한다. 사각형으로 대표되는 샤넬의 다른 향수병들과 달리 최초로 원형을 시도한 모델이라고 하는데, 형상에 있어서 아무래도 곡선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마음에 든다. 그 안에 담긴 부드러운 금빛의 색도 그렇고. 감성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화려함보다는 은근한 우아함을 추구하는 나조차 굴복시킨 매력이다.


CHANCE 라인에는 바디제품 등 여러가지 제품이 있으니 그것들도 써 보고 싶은 마음을 어쩔 수 없다.




coco 2009/02/19 16:48 # 삭제 답글

chance chan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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